유대인 로비 '숨은 손' 美 중동정책 흔든다…영국 시사誌 지적

  • 입력 2002년 4월 7일 17시 58분


최근 중동사태가 격화되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노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중동정책이 ‘유대인 로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의 시사 월간지 ‘프로스펙트’는 최신호(4월호)에서 미국의 중동정책은 미국의 국익이 아니라 유대인 로비집단의 입김에 의해 움직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랍권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마저 이스라엘의 대(對)팔레스타인 군사공격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사실상 이를 묵인해온 것은 ‘유대인 로비’ 때문이라는 것.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도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다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은 ‘유대인 로비’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의 땅’을 수호한다는 미국인들의 오랜 건국이념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이스라엘정책의 배경〓이코노미스트와 프로스펙트는 미국 내 유대인의 인구는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유대인 로비집단의 영향력은 어떤 집단보다 막강하고 로비 대상도 외교정책에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로비의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매년 30억달러의 원조를 받고 있다는 것.

유대인 로비집단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일례로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 시간이 흐르면서 춤을 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들 잡지는 지적했다. 지미 카터 행정부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은 ‘불법’이었다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는 ‘평화에 대한 장애’로, 지금은 ‘복잡한 사정’으로 변했다는 것.

이들 잡지는 또 최근 부시 행정부 내 인적 구성도 이 같은 친유대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대계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외교고문단장인 리처드 펄, 펜타곤의 정책결정을 심의하는 더글러스 피스 등은 모두 미국의 중동정책을 결정하는 핵심인사라는 것.

▽“국익우선의 정책 수행”〓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경향은 대테러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미국의 최대 정책목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 반드시 ‘유대인 로비’의 소산만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근거로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유엔의 결의에 지지표를 던진 바 있고 대이라크 군사공격을 위해 중동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현 시점에서는 이-팔 분쟁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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