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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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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8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한국언론과 회견을 갖고 세계 1위의 경쟁력과 투명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핀란드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웃집 아줌마처럼 수더분해 보이는 그는 “한국도 핀란드처럼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핀란드를 ‘부패 없는 나라’로 만든 배경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투명성이다. 의회나 정부 관리들이 하는 일은 즉각 언론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또 교육으로 국민의 수준이 높아졌다.”
-핀란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우리는 산림과 수자원 외에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다. 따라서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라는 공감대가 사회 전체에 형성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와 보건, 교육시설을 갖추게 된 것도 인적 자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청소년들이 원하는 대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고 기성세대에게도 현대적 교육을 실시한다.”
-중립국인 핀란드는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적극 참여해 왔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견해는….
“핀란드는 한국과 상호협력을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열기를 기대한다. 남북관계 발전이 국제사회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핀란드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서 도울 일이 있다면 도울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남북한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핀란드의 정보기술(IT) 산업 등 하이테크 산업이 급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우리는 공공부문(중앙, 지방정부)과 학교 기업 간에 협력이 잘 된다. 대학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즉시 실용화시켜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산업과학기지가 대학과 함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도 자금을 대는 등 기업과 학교를 돕는다. 기술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핀란드의 인터넷과 이동통신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통신 혁명을 유도한 정책 방향은….
“IT는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 IT 업계에서는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는 먼저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에게 물어 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어려서부터 학교나 집에서 쉽게 IT에 접할 수 있게 한다.”
-IT 산업 등에서 한국과 핀란드의 협력 가능성은….
“우리는 한국이 좋은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우리 기업인들도 관심이 많다. 하이테크 분야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크다.”
-핀란드 경제성장의 비결 중 하나는 세계화다. 그러나 세계화는 핀란드가 추구해온 복지정책과 상충하는 것이 많을 텐데….
“핀란드는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국이다. 핀란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세계화는 자유무역의 필수조건이지만 너무나 개방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세계화의 위험을 줄이면서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계화와 복지정책을 조화시키는 방법은 역시 민주적 제도라고 생각한다.”
헬싱키〓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