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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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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5월 인도분이 배럴당 57센트 오른 26.88달러에 폐장, 지난해 9·11테러 여파로 인해 9월19일 26.72달러로 폐장한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달 1일 19달러 선에 비해 무려 7달러나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난방유가 갤런당 1.4센트 오른 68.7센트, 무연 휘발유는 갤런당 1.6센트 상승한 84.9센트에 각각 거래되는 등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아랍국가들에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지지국가들에 대한 공동의 경제적 제재”를 촉구하고 이라크 집권 바아트당이 “석유를 무기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데 따라 유가가 급상승했다.
투자자들은 70년대 1, 2차 석유파동(오일쇼크) 당시 아랍국가들이 서방국가에 대항하기 위해 석유 금수조치를 취했던 상황이 재현될지 모른다고 우려, 석유 사재기에 나섰다. 중동지역에는 세계 매장량의 3분 2인 6756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
또 유가 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돼 뉴욕 증시에서는 1일 장중 한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40.26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0.40% 떨어진 10,362.70에 마감됐다. 반면 석유 의존도가 적은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94% 오른 1,862.62를 기록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산유국들은 이라크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뉴욕의 한 투자분석가는 “아무도 이 유혈사태를 끝장낼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고 말했고, 미 케머론 하노버사 소속의 시장분석가 피터 뷔텔은 “유혈사태가 중동지역의 산유국으로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AP통신)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유지 결정도 최근 수주간의 유가 및 휘발유가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가인 미국이 다음달부터 가솔린 성수기에 들어가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됐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I Think…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자체가 유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범 아랍권 대 이스라엘 미국의 대결 구도로 번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동으로 석유 감산을 결정할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특히 석유 감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가담하면 치명적이다. 78년 2차 석유파동 때도 사우디의 가담이 결정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우디는 하루 1000만배럴의 생산량을 갖추고 있지만 하루 생산량을 720만∼750만배럴로 줄이고 있다. 여기서 30만∼40만배럴이라도 더 줄이면 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도 있다.
현재의 유가는 9·11테러 사건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9·11테러 이후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어서 유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던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유가가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비산유국들은 가격상승을 막기 위해 사우디가 하반기에 증산해 줄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한국의 원유 도입량은 8억7000만배럴이기 때문에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무역수지에는 8억7000만달러의 적자 요인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