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당기부금’ 전면 금지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8분


개정안 발의한 매케인 의원
개정안 발의한 매케인 의원
미국 상원은 20일 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미국 정치자금 제도에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7년간의 논란 끝에 액수와 용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 정치헌금(소프트 머니)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찬성 60 대 반대 40으로 가결했다. 법안은 이미 서명 의사를 밝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11월 6일부터 발효된다.

법안은 11월 5일 실시되는 총선 이후에 발효돼 연말 중간선거에선 정당들이 수억달러 규모의 소프트 머니를 모금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과 개인, 이익단체가 정당에 기부하는 소프트 머니는 전면 금지된다. 각 후보에 대한 기부금으로, 연방선거법상 용도 등의 제한을 받는 하드 머니 한도는 1인당 1회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 조정된다. 또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정치광고에 대한 자금 지원은 선거 60일전, 예비선거 30일전부터 금지된다.

소프트 머니는 정당의 유연한 자금 사용을 돕기 위해 도입됐으나 최근 엔론사태와 관련해 하원의원 절반, 상원의원의 4분의 3이 엔론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고조돼 왔다.

공화 민주 양당은 2000년 선거에서 모두 5억달러의 소프트 머니를 거둬들였다. 정치 전문가들은 존 매케인 의원(공화)과 러셀 파인골드 의원(민주)이 공동으로 제안한 이 법안은 지난 4반세기만의 가장 큰 정치 개혁으로 미국 선거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그러나 미 상공회의소 등 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이 법안이 ‘정치 과정에 개인이나 단체의 의견을 낼 수 있다’는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하드 머니의 기부 한도를 올려 부자들의 영향력만 확대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 자금의 음성화도 우려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소프트머니〓정당기부금, 하드머니〓후보기부금▼

미국의 정치자금은 크게 소프트 머니(soft money)와 하드 머니(hard money)로 나뉜다.

하드 머니는 연방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선거자금으로 연방 선거법상 액수와 용도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 현재 개인 당 1000달러 이상을 기부할 수 없다. 소프트머니는 후보가 아닌 정당에 대한 기부금이다. 한도와 용도에 제한이 없으며 연방선거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각 정당은 소프트머니를 통한 모금을 선호해왔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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