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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4일 0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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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이 이날 병력 2만명과 탱크 150대 등을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의 최대 도시 라말라를 점령한 데 대해 ‘불법 점령’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써가며 강력히 비난했다.
▽결의안 통과〓안보리 결의안 1397호는 “2개의 국가로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안전하고 공인된 국경내에서 나란히 살아가는 지역의 비전을 확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결의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4개국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안 채택을 저지해 온 미국도 시리아가 제출한 결의안 내용을 일부 수정한 뒤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안보리 이사국 중 유일한 중동국가인 시리아는 결의안 내용이 원안보다 강도가 약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기권했다.
결의안 통과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식 논평은 아니지만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팔레스타인도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2일 공격의 의미〓20년 만에 최대 규모라는 이스라엘의 12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전술 변화를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12일자에서 팔레스타인의 무기가 좋아진 탓에 10년전 이스라엘인 1명에 팔레스타인인 12명꼴로 숨지던 인명 피해 비율이 최근에는 1 대 3으로 바뀌는 등 양상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로 인해 ‘미스터 안보’라고 불리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포격과 폭격’ 위주의 응징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보병 동원’으로 전술을 바꿨다. 포격만으로는 테러의 싹을 자르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
3월 들어 샤론 정부는 난민캠프 8곳을 공격했다. 난민캠프가 이슬람 과격분자들의 온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라말라의 알 아마리 난민캠프와 가자지구의 자발라야 캠프를 공격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병사들이 집집을 이 잡듯이 뒤져 2000여명을 체포했다.
▽중동 특사와 전망〓12일의 공격은 미국의 앤터니 지니 중동특사의 방문(14일)을 앞두고 유리한 협상카드를 확보하려는 샤론의 정치 외교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지니 특사는 이번 방문에서 휴전 감시단 파견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정도로는 양측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니 특사는 그동안 두 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국이 발을 담그기 싫어하고, 대 테러전쟁에 악영향을 미칠 때만 중재에 나서는 속내가 양측 모두에 읽혔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지니 특사가 이번에 얻어낼 수 있는 최대 성과가 ‘일시 휴전’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안보리 결의안 의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했지만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엔 차원에서 팔레스타인의 생존권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된 데는 미국이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안에 매번 거부권을 행사했던 미국은 “평화노력을 전개하고 폭력과 테러가 사라지도록 추진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졌다. 이라크 등을 겨냥해 제2 테러 전쟁을 수행하려는 미국으로선 아랍권을 무마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