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양보다 1세기 앞서 세계일주 주장

  • 입력 2002년 3월 5일 12시 05분


중국의 한 탐험가가 콜럼버스보다 72년 먼저 미주 대륙을 발견했으며 호주를 발견한 쿡, 남미를 발견한 마젤란, 인도를 발견한 다가마 등 서양 탐험가들보다 1세기 앞서 세계를 일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잠수함 함장 출신 아마추어 역사가인 영국의 개빈 멘지스는 중국의 명(明)나라 때 정화(鄭和)제독이 이끄는 탐험대가 1421년부터 1423년 사이에 움직인 경로를 지난 14년간 연구한 끝에 이같은 사실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멘지스는 오는 15일 열리는 영국 왕립지리학회에서 200여명의 외교관, 학자, 해군장교, 출판업자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4일 보도했다.

멘지스는 당초 1421년의 세계적인 중요성에 대해 책을 쓸 의도였으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조사작업을 하던중 1459년의 구형도(球形圖)를 봤으며 그 구형도에는 아프리카 남부와 희망봉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희망봉이 바스코 다가마에 의해 발견된 것은 1497년.

멘지스는 자신이 본 구형도에는 중세 페니키아어로 1420년 희망봉을 돌아 베르데제도까지 갔던 항해에 대한 기록이 있었고 중국 정크선의 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쿡 선장이나 마젤란, 다가마, 콜럼버스 등의 시대보다 앞선 중국의 천체도와 지도를 이용해 정화제독의 항해를 재구성했다고 말하고 중국인들은 현재 우주선 항행시의 기준별이 되고 있는 용골자리의 으뜸별을 이용해 항로를 그려나갔으며 남극 근처까지 항해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유럽의 탐험가들이 어떻게 지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중국의 탐험선들은 넬슨제독의 빅토리호보다 3배나 큰 배였고 16세기 유럽의 원양 범선들을 압도하는 등 15세기 초반 중국의 원양 항해술 우위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멘지스는 말했다.

중국 영락제(永樂帝) 황제의 지원을 받은 정화는 7차례의 대항해 끝에 1423년 10월에 귀국했으나 당시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어 함대는 버려지고 제독들은 퇴역했다는 것. 정화 제독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지도 몇장과 천체도들은 남았고 이들은 인도에서 중국 정크선에 탔던 상인 니콜로 다 콘티에 의해 베네치아로 옮겨졌다고 멘지스는 말했다.

다 콘티는 1434년에 출판된 기행문에서 호주를 경유해 중국으로 항해했다고 주장, 쿡 선장보다 350년 앞서서 호주에 갔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멘지스는 ˝포르투갈왕의 장남이 1428년 베네치아를 지나가면서 이 지도를 손에 넣었고 이를 세계지도에 합쳐넣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를 다가마, 마젤란, 쿡 등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탐험가들의 편지 기록들은 ˝그들이 지도를 갖고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그들은 항해를 떠나기전에 이미 그들이 갈 곳을 알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멘지스는 ˝1421년 12월 카리브해에서 난파한 중국 탐험선 9척의 위치를 알아냈으며 대륙붕에 놓여있는 배의 바닥짐 돌들의 사진을 보면 그 형태와 크기가 최근 필리핀에서 발굴된 중국 보물선에서 발견된 것들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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