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그루지야 파병’ 거센 반발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54분


미국이 대테러 전쟁을 구실로 중앙아시아에 이어 역시 구 소련권인 그루지야에도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27일 밝혀지자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그루지야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00∼200명 규모의 미군 특수부대가 곧 도착해 그루지야군과 합동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은 그루지야와 러시아 국경에 있는 판키스 계곡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 민영 NTV는 “미군이 직접 알 카에다 소탕에 나서면 사상 처음으로 미군이 구 소련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상원 국제위원장은 “러시아의 동의 없이 그루지야에서 대테러 작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루지야 의회의 승인없이 미군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내세운 ‘테러 조직 소탕’이라는 명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판키스 계곡을 근거로 활동하는 체첸 반군이 국제테러조직과의 연계돼 있다”며 소탕작전을 벌이려 했으나 그때마다 미국은 “그루지야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이에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그루지야 파병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의 구 소련 지역에 이어 카프카스 지역에까지 미군을 주둔시켜 사방에서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러시아 포위 작전’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미군은 9·11테러 이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에 상당수 병력을 장기 주둔시키고 있으며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 그루지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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