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용기 도청사건 '리펑 설치說' 급속 확산

  • 입력 2002년 2월 16일 17시 40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전용기 도청장치 설치사건의 불똥이 중국 내부로 튀고 있다.

작년 9월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장 주석의 보잉 767 전용기에서 27개의 도청장치가 발견되면서 미중 양국간 외교마찰로 비화되는 듯 했던 이 사건은 당초의 미국 정보기관 소행설에서 최근 권력 암투로 인한 내부 소행설로 급속히 기울어가고 있는 것.

미국의 워싱턴타임스가 15일 인용 보도한 미 국무부 비밀보고서는 장 주석 전용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인물이 다름아닌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라고 추정, 중국 지도부내의 권력다툼 과정에서 도청장치가 설치됐을 것이라는 최근의 무성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리 위원장의 부인과 장남은 국영전력회사인 화넝(華能)그룹을 가족회사로 변질시켰다는 의혹에, 차남은 투자 사기사건에 연루돼 피해자들의 항의시위에 시달려왔다. 초대형 산샤(三峽)댐 건설공사 관련 비리에 리 위원장의 이름이 단골로 거명되고 있다. 자기 가족들에 대한 장 주석의 처리방침을 알아내기 위해 도청장치를 설치했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타임스의 보도다.

만약 그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중국 정치는 급류를 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 정치는 ‘장(장쩌민)-리(리펑)체제’로 불렸을 정도로 양측이 서로 견제하는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왔다. 리 위원장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면 양측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지도부내 권력싸움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것.

그렇게 되면 리 위원장은 가을로 예정된 지도부의 권력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순순히 퇴진할 경우 가족비리 등을 추궁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일부 관측통들은 리 위원장의 퇴진을 바라는 측이 그의 세력기반을 흔들기 위해 도청장치 설치설을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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