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보다 자위권 우선”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44분


미국이 세계 안보전략 운용기조를 전면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미국은 1∼3일 독일 뮌헨에서 43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계안보회의에서 ‘동맹보다 자위권 우선’ ‘대테러 단독행동 불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새로운 상황 적응’ 등의 강경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이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및 조지 W 부시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계기로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집단안보’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NATO가 신속한 참전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했으나 역외 파병문제를 놓고 NATO 회원국들이 의견 통일을 보이지 않은 데 큰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태도에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서방 동맹국 조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앞으로 국제 안보현안을 두고 미국과 대다수 국가간에 새로운 난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동맹보다는 자위권”〓리처드 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일 뮌헨 국제안보회의 연설에서“미국은 필요할 경우 (테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단독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일 전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테러로부터의 방어와 동맹국들간 하나의 선택을 해야한다면 우리는 자위권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2일 “모든 것을 포용하는 동맹이란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이 추진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국제동맹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테러 전쟁에서의 미국의 독자적 행동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 “NATO가 현재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며, 대테러 능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군사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비 최대 증액〓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5년동안 국방비를 1200억 달러 증액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의회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미 정부 관계자들이 2일 말했다. 이에 따르면 미 국방비는 2002 회계연도의 3310억달러에서 2007 회계연도에 4510억 달러로 늘어난다.

이는 구소련에 맞서 군비 증강 정책을 추구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5년의 452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

부시 행정부는 4일 의회에 보낼 2조1300억달러 규모의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에 올해보다 480억달러 늘어난 3790억달러의 국방비를 반영했다.

이에는 미사일 방어(MD) 구축과 대테러전 비용에 290억달러, 무인첩보기와 레이저 통신장비 등 첨단무기 구입비용 90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방비 증액이 미국의 독자행동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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