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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8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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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교회 수장인 알렉시이 2세는 17일에도 “교황이 모스크바에 와도 만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교황 방문에 대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올해도 교황의 모스크바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앞서 15일 교황 초청 의사를 밝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교황이 정교회 미사에 참석할 수 있을지는 정교회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간 정교와의 화해를 위해 노력해온 교황 바오로 2세는 모스크바 방문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등 정교권을 차례로 방문해 정교회 미사에 참석해 가톨릭교회가 정교도에 가한 탄압 등 과거사를 사과하는 등 화해분위기를 이뤄냈으나 정작 정교 내에서 가장 큰 러시아정교회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 바오로 2세는 78년 교황으로 선출된 뒤부터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 등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정교회의 반대로 번번이 방문이 무산됐다.
러시아정교회는 “과거사가 교황의 사과 한마디로 정리될 수 없으며 구 소련 붕괴 후 가톨릭이 이 지역에서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과거사에 대한 교황의 사과에 대해서도 “교황의 사과가 실제로 어떻게 실현되지는 보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종교와의 화해’를 외치며 최초로 이슬람사원까지 방문한 교황 바오로 2세의 노력이 얼어붙은 러시아정교회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