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번돈 몽땅 명품사는 ‘희한한 여류작가’

  • 입력 2002년 1월 16일 16시 13분


‘낭비’를 통해 살아가는 ‘희한한’ 여류작가가 일본에 있다. 나카무라 우사기(43). 그는 인세로 벌어들이는 돈을 몽땅 유명 브랜드의 옷이나 액세서리 등 ‘명품’을 사는데 쏟아붓는다. 1년에 사들이는 규모는 대략 2000만엔어치. 돈이 넘쳐나서가 아니다. 물건 사느라 빚을 지기도 한다.

보통 사람의 눈에 그의 생활은 엉망진창이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 명품을 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과 그로 인한 생활의 고통을 오히려 책으로 써서 인기를 끌고 있다. 며칠전 그가 일본의 한 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근에 뭘 샀느냐”는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겨울용으로 45만엔짜리 구치 코트를 샀다. (인터뷰하러) 오는 도중에 11만엔짜리 펜디 스웨터도 샀고. 최근에는 옷보다는 호스트클럽에 빠져서 작년 어떤 달에는 신용카드요금이 475만엔이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 취향의 소설을 쓰는 ‘판타지 소설가’다. 그러나 요즘은 ‘쇼핑의 여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7년에 출판한 ‘여자 죽이는 카드 지옥-나카무라 우사기의 거지일기’가 인기를 끌면서 99년 ‘갖고 싶은 걸 어떡해-빚쟁이 여왕의 거지일기’, 지난해 말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기야, 인생은!’을 잇따라 펴냈다. 이들 책은 모두 명품을 충동구매하게 된 경위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비굴하거나 동정을 구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내가 타락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빚을 지고 이 빚을 갚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나는 낭비를 하는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에 돈을 뿌린다. 그래서 주먹밥으로 살아갈 때가 있어도 조금도 불행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가 쓴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일본인의 숨은 욕망을 그가 대신해서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문학평론가는 “자신의 나쁜 점을 적고 있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그는 어른이다”라고 평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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