停船거부 도주…日 "北공작선" 굳혀

  • 입력 2001년 12월 26일 06시 52분


22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에 사격하는 장면을 촬영한 연속사진.
22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에 사격하는 장면을 촬영한 연속사진.
일본의 해상보안청이 괴선박을 예인해 조사하려 했던 것은 북한 공작선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해상보안청은 괴선박을 발견한 22일 이 선박이 98년 동중국해에서 발견된 북한 공작선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등과의 정보교환 등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라 북한 공작선에 대전차 로켓포는 물론이고 파괴력이 더 높은 무반동포가 있을 가능성에도 대비했다는 것.

해상보안청은 이에 따라 22일 오후 괴선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순시선 ‘이나사’를 괴선박에 접근시켰다. 괴선박이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지그재그 항해를 하자 북한 공작선이라는 심증을 굳혔다.

이때 해상보안청은 순시선에 로켓포의 사거리인 5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괴선박 선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배 자체를 로프로 강제 예인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괴선박이 선체로 순시선에 부딪치는 등 거세게 저항을 하자 해상보안청 장관은 선체사격을 명령했다.

당초에는 괴선박에 접근하지 않으려 했으나 선체사격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없이 괴선박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교전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 이날 오후 10시경 괴선박이 멈추자 순시선들은 괴선박을 예인하기 위해 로프를 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괴선박에서 자동소총과 로켓포로 공격해 왔고 이에 일본측이 응사하게 됐다. 괴선박이 곧바로 침몰하면서 배를 예인하려던 작전은 실패했다.

한편 해상보안청이 사건 발생 지역에서 인양한 괴선박의 선원 2명의 시체를 부검하려는 데 대해 일본 검찰이 제동을 걸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검찰은 “부검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가해자인 선원의 시체를 부검하려는 이유를 소명하라”고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상보안청은 음독자살과 총기자살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검이 필요하다며 가해자를 부검한 사례를 수집하고 있어 부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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