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선박 침몰 반응]日 "대응무난" "과잉방어" 논란

  • 입력 2001년 12월 24일 18시 01분


북한의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괴선박 침몰사건에 대해 일본 국내에서는 “대체로 무난하게 대응했다”는 평가지만 과잉방어라는 지적도 나와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과잉방어 아니었나〓괴선박이 침몰하기 직전, 괴선박의 선원들이 자동소총을 발사하자 해상보안청 순시선에서도 20㎜기관포로 응사했다. 이때 사용한 탄환은 186발. 이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순시선들은 공작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영해가 아닌 공해상에서 세 차례나 선체에 직접 사격을 가했다. 정선명령을 무시했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 부분에서 과잉방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괴선박의 선원 15명가량이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 이들을 구조하지 못했거나 안한 데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들은 “칠흑 같은 밤인데다 파고가 높고 바람이 강해 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섣불리 구조했다가 순시선에서 자폭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괴선박은 무얼 하고 있었나〓괴선박이 발견된 해상은 중국의 범죄조직 ‘서터우(蛇頭)’가 밀항자를 수송할 때 이용하는 루트 중 하나다. 괴선박은 ‘장어(長漁) 3705’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고, 도주 중 한때 중국 국기를 흔든 것으로 보아 중국 배로 위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공안 당국자들은 공작원을 상륙시키거나 다른 공작선과 만나 어떤 물건을 전달하려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배의 모습이 98년 8월 고치(高知)현 앞바다에서 발견된 각성제 밀수선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마약 수송 임무를 띠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북한의 침묵과 반응〓만약 괴선박이 북한의 공작선으로 판명이 나면 북한은 어떤 식으로 나올까. 북한은 24일 현재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99년 3월 북한의 공작선 두 척이 일본 영해를 침범했다가 해상자위대의 추격을 받고 달아났을 때도 북한은 침묵했다. 그러나 일본이 미국 첩보위성의 도움으로 공작선이 북한의 나진항에 입항한 것을 확인하고 중국 베이징(北京) 대사관과 유엔대표부를 통해 항의하자 이를 부인하고 “일본의 반동세력이 날조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침묵하다가 일본이 항의하면 “완전 날조”라고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측도 분명한 증거를 들이댈 전망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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