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도 '흔들흔들'…유가하락으로 루블화 폭락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33분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후 순항하던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루블화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98년 8월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으로 세계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모스크바발(發) 경제위기’ 재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제 위기론 엇갈린 전망
낙관적 전망비관적 전망
빌렘 뷔터 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가가 배럴 당 12달러 까지 떨어지더라도 러시아는 2003년까지 외채상환을 일정대로 할 수 있을 것” 르네상스캐피탈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면 내년도 러 경제성장율 하향조정 불가피”
무디스 러 정부발행외화채권신용 등급 B2에서 Ba3로 2단계 상향조정네자비시마야가제타 “루블 98년 8월 모라토리엄 전과 비슷한 속도로 폭락. 계속되면 올 겨울안에 심각한 사태”
IMF “러,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없이 내년도 외채 상환 가능” 러 하원 중앙은행에 외환보유 외채상환 현황 일일 보고 요구
스탠더드앤푸어스(S&P) 2002년 초 러 신용등급 상향조정 예정모스코타임스 “러 외환보유고 2주만에 26억달러 감소”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어 러시아 경제 상황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의 산유국으로 전체수출의 절반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는 세계경제 침체와 9월 미국 대테러 참사 후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1일 현재 우랄산 원유는 국제시장에 배럴당 18.79달러로 거래되는 등 국제유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 수준인 배럴당 18∼19달러 선에 머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루블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중앙은행은 하루에 2억달러 이상을 방출하며 루블 방어에 나섰으나 2주 동안 외환보유액만 26억달러가 줄어들어 10월 388억달러까지 기록했던 외환보유액은 362억달러로 줄었다.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18일 이런 추세로 루블이 폭락할 경우 올 겨울 안에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8.5∼23.50달러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을 토대로 흑자예산을 편성했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로 잡았다. 그러나 유가가 17.5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성장률을 3.5∼3.7%까지 하향조정해야 하는 등 새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경제개혁에도 불구하고 1700억달러에 이르는 외채와 연간 수십억달러의 외화유출,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 등 러시아 경제의 취약점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은 최근 잇달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올리거나 올릴 예정이고 IMF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이 푸틴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러시아 경제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진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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