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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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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경고에 이어 20일 영국 신용평가회사 피치ICBA도 아르헨티나가 조만간 디폴트 상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사는 “사회불안과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의 사임으로 인해 970억달러에 달하는 민간채무에 대한 광범위한 디폴트 선언이 임박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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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 비상사태 해제 |
▽고정환율제 폐해〓91∼98년 사이 5.7%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정도로 경제개혁의 모범생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최근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것은 92년 도입한 고정환율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천%에 이르는 인플레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는 페소화를 달러화에 1 대 1로 연동시키는 고정환율제를 도입함으로써 처음 몇 년 동안 인플레를 한자릿수로 낮추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들어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달러화에 페소화를 고정시키는 시스템은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경상적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99년 최대 교역국인 브라질이 레알화를 평가절하하자 아르헨티나의 수출경쟁력은 현저히 악화됐으며 아르헨티나에 투자했던 다국적기업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싼 브라질로 생산설비를 옮기는 바람에 산업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또한 페소화 과대평가로 인해 생필품 가격이 높아져 소비가 침체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낮아지게 됐다.
전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1989∼1999년)의 방만한 재정정책도 경제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포퓰리즘에 의존한 페론당 출신의 메넴 정부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월급 인상과 연금 확대 등의 사회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재정적자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채권 발행을 통한 지출확대 정책을 지속한 결과 9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0% 정도였던 아르헨티나의 외채 규모는 99년 50%를 넘어섰다. 99년 집권한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세율인상정부예산삭감 등의 긴축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이로 인해 기업투자가 줄고 소비가 감소하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3D’의 선택〓전문가들은 현재 아르헨티나가 선택할 있는 정책대안을 ‘3D’로 압축하고 있다.
첫째, 페소화 대신 달러화를 아예 자국 화폐로 선택하는 방안이다.
달러공용화(Dollarization) 정책은 환율 변동에 따른 경기 불안정을 피할 수는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고평가된 달러에 맞춰서 자국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침체 기조를 완화시킬 수는 없다.
둘째, 페소화를 평가절하(Devaluation)하는 방안이다. 평가절하는 장기적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당장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기 때문에 정책 결정자들이 선뜻 선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셋째, 달러공용화나 페소화의 평가절하를 택하지 않을 경우 아르헨티나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이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고정환율제란… 인플레 대처 쉽지만 외환위기 초래 위험▼
정부가 환율을 일정범위 내로 고정시킴으로써 환율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와 같이 안정된 국제 통화에 자국 통화를 연동시키는 ‘페그제’가 대표적인 고정환율제로 아르헨티나 홍콩 등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고정환율제를 택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쉽게 대처할 수 있으며 환율 불균형에 따른 급격한 자본 이동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면 시장에 의한 가격결정 기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으며 갑자기 평가를 변경시킬 경우 경제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또한 보유하고 있는 달러 규모에 따라 자국 화폐를 찍어내므로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