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산책]테러상처 씻는 크리스마스트리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0분


크리스마스를 앞둔 요즘 미국에선 예년보다 훨씬 많은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주택가와 상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통해 ‘살아있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는 것’ 등의 의미를 새삼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최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농장에서 5m가 넘는 대형 나무를 베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외빈을 맞는 접견실에 설치하는 등 모두 40여그루의 크리스마스트리를 경내에 세웠다.

워싱턴 일대 대부분의 상가에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들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세일을 하던 상점들이 올해에는 지난 주말 얼마 남지 않은 약간의 트리와 장식품을 처분하는 떨이 세일을 가졌다.

사람들은 인조 트리보다 생나무 트리를 훨씬 많이 찾고 있다. 트리를 구입할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00만가구 중 3230만가구가 생나무를 구입하겠다고 답했다.

한 TV 방송은 “생나무를 이용한 트리가 보다 전통적이기 때문에 9·11 테러를 겪은 많은 미국인들이 올해엔 더욱 생나무를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트리로 쓰고 난 후의 나무는 잘라서 벽난로용 장작으로 쓴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철이면 수많은 소나무와 전나무들이 베어지지만 환경론자들도 트리에 대해서만큼은 시비를 걸지 않는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빼고는 대부분의 상점들은 성탄 대목에도 불구하고 매출 부진으로 울상이다. 전국소매업연맹은 올 크리스마스시즌 매출이 90년대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인들은 이제 아름다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경제가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해야 할 것 같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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