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아프간 탈출한듯

  • 입력 2001년 12월 17일 01시 10분


아프가니스탄의 반(反)탈레반 동부동맹은 16일 알 카에다의 최후 거점인 동부 토라보라 일대 산악지역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을 완전 소탕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핵심 추종세력들은 토라보라를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동맹의 모하메드 자만 사령관은 “오늘은 아프간에서 알 카에다 최후의 날”이라고 선언한 뒤 “우리 병력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으며 더 이상 미군의 폭격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빈 라덴 탈출?〓자만 사령관은 “빈 라덴은 이 지역을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동맹의 또 다른 지휘관 하즈라트 알리 사령관도 “동부동맹군들이 마지막 남은 알 카에다의 동굴을 수색했을 때 동굴에는 6명의 알 카에다 대원이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사살되고 나머지 5명은 생포됐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빈 라덴이 포위망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빈 라덴이 아프간 내에 있는지, 탈출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언론들은 빈 라덴이 알 카에다 대원들과 함께 여전히 이 지역에 은신하고 있으며 그가 알 카에다 대원들과 무선으로 교신하는 목소리가 탐지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동부동맹 측은 현재 수백명의 알 카에다 대원들이 남부 파키스탄 국경 쪽으로 도주하고 있으며 병력이 이들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일부 언론은 빈 라덴이 변장한 채 이미 이란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루지야 등 구소련 3개 공화국을 순방 중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인근의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아프간 방문은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국 최고위 관리로는 처음이다.

럼즈펠드 장관은 도착 직후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정부 수반과 만나 회담했다.

▼마지막 동굴서 알 카에다 대원 200여명 사살▼

▽알 카에다 사살〓AFP통신은 동부동맹의 자만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동부동맹군이 알 카에다의 마지막 남은 진지를 장악해 25명의 알 카에다 대원을 생포하고 2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동부동맹군을 도와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수색 작전을 벌였던 미군은 B52기 등 전폭기를 동원해 이 지역에 대해 초토화 공습작전을 펼쳤다. 미국방부는 전황브리핑에서 “200여발의 105㎜ 곡사포 포탄을 투하했다”며 “특히 알 카에다의 지하 무기 은닉처 한 곳을 폭파해 인근 2㎞ 정도가 연기로 뒤덮였다”고 밝혔다.

<김성규기자·외신종합>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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