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론그룹 파산 파장 확산… 회계법인 개혁 회오리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5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되는 엔론의 파산사태가 기업과 기업회계감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엔론의 회계감사 법인인 아서 앤더슨이 처음으로 자체 잘못을 공식 시인했다.

▽아서 앤더슨〓최고경영자(CEO)인 조지프 버라디노는 12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 “엔론의 회계를 감사하는 데 잘못이 있었다”면서 “앤더슨은 앞으로 (잘못된 점을 고쳐) 스스로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3일 전했다.

그러나 버라디노씨는 “엔론이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문제점을 적발하기 어려웠다”면서 “회계감사 과정에서 엔론의 재무담당 위원회에 불법적인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경고했었다”고 해명했다.

엔론은 미 증권감독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8일 97년 이후 순익의 20% 규모인 5억8600만달러(7500억원 상당)를 과다계상했다고 발표해 이 같은 분식회계를 밝혀내지 못한 아서 앤더슨사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신뢰의 문제와 5대 법인〓아서 앤더슨이 딜로이트 앤드 투치, 언스트 앤드 영,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함께 미국의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이고 5대 회계법인 대부분이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에 연루돼 온 탓인지 미 언론들은 회계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5대 회계법인은 이 같은 여론의 눈총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6일 공동 성명을 발표,“이번 사건으로 교훈을 얻었으며 오래된 회계관행과 원칙에 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 모색〓미 증권감독원(SEC)은 엔론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기업 회계와 회계 감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자 사설에서 “제대로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향후 개혁의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회계법인은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기업의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들에 의해 고용돼야 하고, 회계사들은 감사 대상 경영진과 다른 수익계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두 조건이 관철될 경우 컨설팅 업무를 병행해 온 회계법인의 위상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에서도 회계감사의 독립성 보장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5대 회계법인은 한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한편 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기업회계와 관련한 개혁조치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분기별로 발표해 온 것을 바꿔 즉각 공개토록 하고 기업의 주요 정보를 월가의 분석가들이나 뮤추얼 펀드, 기관투자가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4일 보도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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