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M탈퇴 발표-빈 라덴 테이프 공개의 함수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6시 3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탄토탄미사일(ABM)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한 시간과 9.11 테러관련 대화 내용을 담은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 시간의 함수관계는 무엇일까.

두 개의 굵직한 사안은 1시간 차를 두고 이뤄졌다. 부시행정부는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져 내리는 지옥같은 광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대(對) 테러전쟁의 명분을 극적으로 되살리게 함으로써 ABM 탈퇴가 몰고올 파장을 의도적으로 희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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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라덴 비디오테이프 대화내용 요약

부시 행정부는 테이프 공개시간을 절묘하게 조율한 듯한 인상을 주고있다.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12일경 “테이프를 공개하겠다” 고 처음 밝힌 것이 10일이었다. 막상 약속날짜인 12일이 되자 그는 “정확한 해석을 거치고 국방부가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공개하겠다” 고 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이 테러를 조종한 사실을 보여주는 테이프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를 바라지만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하루 뒤인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4일0시).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잔디광장에서 콜린 파월 장관 참모들 앞에 나와 불량국가들(rogue states) 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구체제 인 ABM을 탈퇴하고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질문도 받지 않고 채 10분도 안돼 총총히 사라졌다.

5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 미국방부는 CNN 방송 등을 통해 빈 라덴이 부하들과 허름한 방에서 아랍어로 나눈 대화 장면을 영어자막으로 처리해 장장 40분간이나 공개했다. 그동안 빈 라덴의 육성을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언론에 반 협박조로 협조요청해 오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방송내용 중에는 “빈 라덴이 세계무역센터에 첫번 째 비행기가 충돌할 때 추종자들과 함께 있었다” 며 “그들이 너무 열광하는 것 같아 침착하라고 했다” 는 대화내용도 나온다. 미국민의 공분(公憤)을 자아내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CNN방송은 이 자극적인 장면을 매시간 쉴새없이 내보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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