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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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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 살람 자에프 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탈레반이 칸다하르를 평화적으로 넘겨주는 대신 탈레반 간부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요구, 탈레반측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했다. 그러나 미국은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 등 핵심 지도부를 재판에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초 사면에 온정적이었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도 미국의 압력에 입장을 수정하고 있는 양상이다.
탈레반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반(反)소련 항쟁과정에서 밀접한 인연을 맺은 오사마 빈 라덴을 저버리지 못하고 미국과 전면전을 벌인 때문이다.
탈레반은 99년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폭파사건 배후자로 지목된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 9·11테러 이후에도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해 결국 몰락을 자초한 셈.
아프가니스탄 북부와 파키스탄 서부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탈레반은 공산당 배격 및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내세우며 94년부터 친(親)소련 정권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 2년 만인 96년 수도 카불을 장악했다. 탈레반은 집권 이후 경쟁관계였던 군벌들을 숙청하며 잔인한 살육과 파괴를 일삼았고 전체 노동인구의 40%인 여성의 교육과 취업, 외출을 규제하는 등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구했다.
▼[빈 라덴 앞날]자살이냐 피살이냐 기로에▼
탈레반과 오사마 빈 라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탈레반 지도부는 항복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 수반도 이들에 대한 사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압둘 살람 자에프 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탈레반이 칸다하르를 평화적으로 넘겨주는 대신 탈레반 간부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 등 핵심지도부를 재판에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일반 탈레반 전사들에 대해서는 무기를 반납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붕괴로 빈 라덴의 앞길은 더욱 막막해졌다. 이미 미국은 향후 전개될 군사작전이 빈 라덴을 잡는 데 집중될 것임을 예고한 상태.
미국은 빈 라덴이 아프간 북동부 산악지역인 토라보라의 동굴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맹폭과 특수부대 투입으로 그를 더욱 옥죄고 있다. 여기에 육로와 해상 탈출로까지 완전히 막아버렸다.
이 때문에 빈 라덴이 포위망을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하고 그와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궤멸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