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포로 제거 기름붓고 불 질러”

  • 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39분


“그들은 살아남은 포로들을 제거하기 위해 기름을 쏟아 붓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 다음엔 로켓포와 물세례로 지하실에 남아있는 포로들을 살육했습니다. 그곳은 차라리 지옥이었습니다.”

북부동맹이 미군의 지원 아래 수백명의 포로들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북부 칼라이장이 포로수용소. 가능한 모든 살육 수단이 동원된 지옥 같은 현장에서 86명의 포로들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일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생존자 가운데 한 사람인 미국계 이슬람교도 압둘 하미드(20)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전했다. 양 다리에 총상을 입고 탈진한 상태에서 발견된 하미드씨는 심하게 부상한 다른 외국인 병사들과 함께 살 썩는 냄새로 숨조차 쉴 수도 없는 포로수용소의 지하실에서 7일간이나 버텨냈다.

북부동맹은 포로들에 대한 일차 진압이 끝나자 디젤유를 쏟아 붓고 불을 붙여 남아있는 탈레반 포로들의 ‘제거작업’을 벌였다.

포로들이 모두 죽었다고 판단한 북부동맹군이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가자 지하실에 대피해있던 포로들은 북부동맹군 한 명을 사살했고 북부동맹측은 다시 이곳에 수십발의 로켓포를 퍼부어 댔다.

살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부상한 포로들이 사지가 찢겨나간 시신들과 한데 엉켜있는 지하실에 이번에는 물을 퍼부어 포로들을 수장(水葬)시켰다. 하미드씨는 “부상한 많은 포로들이 익사했으며 우리는 살기 위해 얼음같이 차가운 물 속에서 악몽 같은 밤을 지새야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아우슈비츠를 연상케 하는 처절한 살육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포로들은 1일 새벽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투항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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