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匠人스토리 일본을 울린다…NHK 각종 발명-성공담 방영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17분


일본 공영방송 NHK TV의 한 프로그램이 일본인들을 소리없이 울리고 있다. 매주 화요일 밤 45분간 방송되는 ‘프로젝트X-도전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3월28일 혹한의 후지(富士)산에 기상관측소를 건설한 젊은 기술자들의 분투기가 첫 회로 방영된 이후 지난주까지 73회가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잘 알려진 사건이나 발명, 건설현장의 성공담을 주로 다룬다. 전철의 자동개찰기, H2로켓, 전기밥솥, 초경량 운동화, 세계최대 망원경 등이 소재가 됐다. 24시간 편의점이나 택배시스템 구상, 중동의 유전개발에 얽힌 얘기도 다뤄졌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연간 82억개가 팔리는 컵라면 개발도 소개됐다. 컵라면은 1971년 보통 라면 경쟁에서 열세에 빠져 있던 닛신(日淸)식품의 회심작이었다. 닛신의 젊은 기술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부으면 먹을 수 있는 ‘마법의 라면’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은 하루 20여차례나 시제품을 만들어 먹어 보면서 식품가공기술의 한계에 도전했다.

1955년 일본의 부엌에 혁명을 몰고 온 전기밥솥은 쓰러져 가는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민하던 한 기술자의 3년 간에 걸친 집념의 산물이었다. 수천 번의 실험을 도와준 사람은 부인과 6명의 어린 자식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언제나 주인공의 성공으로 끝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끝내 눈물을 글썽이고야 만다. 적지 않은 주인공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기업이나 조직에서 버림받은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역시 NHK’라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거나 “몇 번을 봐도 감동이 줄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19일 현재 홈페이지의 접속 건수는 248만건에 이른다.

‘도전자들’의 프로듀서는 최근 ‘프로젝트X, 리더들의 말말말’이라는 책도 냈다. 녹화 비디오 테이프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간단하고 단호하게 말을 이어가는 이 프로그램의 내레이터의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를 “수십년간 풍요로움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일본인들의 치열한 장인정신에 대한 향수”에서 찾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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