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탈레반’ 대권싸움 시작?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48분


‘포스트 탈레반’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국왕(87)과 부르하누딘 랍바니 전 대통령의 권력암투가 시작되고 있다.

73년 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이탈리아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샤 전 국왕은 14일 대국민 성명을 통해 귀향의사를 밝히고 “아프간의 장래는 전통적인 종족원로 대표자회의인 ‘로야 지르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앞으로 구성될 새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도 샤 전 국왕의 입지를 넓혀주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날 제임스 도빈 아프간 특사를 로마로 파견, 샤 전 국왕과 아프간의 장래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랍바니 전 대통령은 샤 전 국왕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망명정부 대사 사이드 이브라임 키크마트는 “랍바니 전 대통령이 조만간 카불에 도착, 자신을 탈레반에서 해방된 영토의 수반으로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랍바니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13일 “샤 전 국왕은 ‘보통 시민’ 자격으로만 귀국할 수 있다”며 샤 전 국왕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두 사람은 출신지역과 기반부터 다르다. 샤 전 국왕은 아프간 전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출신이나 랍바니 전 대통령은 타지키스탄계 소수민족 출신. 랍바니 전 대통령은 그동안 북부동맹의 대표로 활동해왔으나 샤 전 국왕을 지지하는 남부동맹은 아직 세력이 미미한 상태다.

<하종대·김성규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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