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카불 수난사]내전 겪으며 5만여명 희생

  • 입력 2001년 11월 14일 01시 40분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 카불은 동서교통의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특성상 늘 정복의 대상이 돼온 비운(悲運)의 도시. 위도상 한국의 충남 논산시와 비슷하며 인구는 100만∼150만명. 1774년 아프간의 수도가 됐다.

오랜 수난사 중 최근만 보더라도 1979년 12월 구 소련군이 진주한 이래 카불은 10여년간 구 소련군과 무자헤딘의 교전장이 됐다. 그러다 1989년 구 소련군이 물러나고 1992년 사회주의 정권이 실각하자 여러 종족 집단들로 이뤄진 반군들이 카불을 점령했다.

그러나 권력공백 상태에서 반군들간에 내전이 벌어지면서 96년까지 모두 5만여명의 카불 시민이 희생됐다. 찬란한 역사 유물들이 잔해로 변했고 도시의 인프라도 대부분 파괴돼 중세 도시처럼 피폐했다. 이슬람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군은 1995년부터 카불 외곽에서 현 북부동맹 세력을 포함한 여러 정파의 과도 정권인 랍바니 대통령 정부군과 1년여간 교전을 벌이다 1996년 9월 정부군이 자진 퇴각하자 카불을 점령해 아프간의 새 주인이 됐다. 공통적인 것은 1992년의 반군 진주, 1996년의 탈레반군 진주, 이번 북부동맹의 점령 등 지난 10년간 세 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이 모두 이렇다할 전투 없이 이뤄졌다는 점. 도시 외곽의 산악이나 한적한 마을에서 격전을 벌이다가 전세가 기울면 막상 수도는 순순히 내주는 양상이 전개돼 왔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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