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불고기집 광우병 불똥에 위기직면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4시 54분


재일동포들의 기간산업 으로 불리는 일본내 불고기(야키니쿠·燒肉)집 이 광우병 파동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쇠고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매상고가 60∼80%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바(千葉)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발견된 것은 9월 11일. 그 후 일본 전국 1만여개의 초중교가 학교급식에서 쇠고기 사용을 중지하면서 불신감은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광우병에 걸린 소는 소각했다"고 발표했다가 "사료로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고 수정하고, "광우병에 걸린 소가 또 한 마리 발견됐다"고 했다가 "사실이 아니다"고 하는 등 갈팡질팡하면서 불고기집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서 불고기집을 경영하는 이강칙(李康則)씨는 "매일 30만∼40만엔씩 오르던 매상이 심한 날은 5만엔도 안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30개의 불고기집 체인 조조엔(敍敍苑)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도(朴泰道)사장도 "매상고가 70%나 줄어들어 수억엔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국의 불고기집은 2만여개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재일동포들이 경영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쇠고기 기피가 심해 가족동반 외식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재일민단의 김재숙(金宰淑)단장은 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雄)관방장관과 다케베 쓰도무(武部勤)농림수산상을 방문해 정부차원에서 쇠고기 안전 홍보활동을 강화해 달라 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8일 '쇠고기 안전선언'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 재일민단은 학교급식에서 다시 쇠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최대의 안전선언'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설득활동을 벌이고 있다.

도쿄도(東京都)는 경영이 어려워진 불고기집을 돕기 위해 최고 1억엔까지 연리 1.5%의 긴급 저리융자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민단측은 "언제 매상이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얻어쓰기도 쉽지 않다"며 "연말이 되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연말 망년회 시즌때 매상고가 60%까지만이라도 회복되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라며 "내년 전반까지는 광우병 영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