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군벌 헤크마티아르, 성전 동참 선언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59분


96년 아프가니스탄 내전 당시 미국으로부터 스팅어 미사일을 대거 지원받아 지금도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프간 최대 군벌 지도자 굴부딘 헤크마티아르(53)가 7일 탈레반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미국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스팅어는 휴대용 대공 미사일로 조작이 손쉽고, 험준한 산악 속에서도 적의 공격용 헬기나 전투기를 한 방에 떨어뜨릴 수 있어 아프간 내전 때 맹위를 떨쳤었다.

미국측은 헤크마티아르가 스팅어 미사일을 동원해 탈레반과 함께 대미(對美) 성전에 나설 경우 파괴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헤크마티아르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북부동맹의 전략 거점들을 꿰뚫고 있다.

헤크마티아르는 7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스팅어 미사일을 아직 탈레반에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주느니 우리가 적절한 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크마티아르는 아프간 다수민족인 파슈툰족 출신으로 구 소련과 싸웠던 7개 군벌의 지도자 중 가장 젊고 유능했던 인물. 96년 내전 때는 탈레반과 치열한 정권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92년 친소(親蘇) 공산정권이 무너지면서 들어선 과도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냈지만 96년 탈레반에 밀려 테헤란으로 망명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아직 그를 지지하는 부하들이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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