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응징전]행정-입법-사법부 '탄저 테러'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58분


탄저균 테러가 4주째에 접어들면서 미 의사당과 백악관에 이어 대법원까지도 공격을 받았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 당국은 ‘탄저균의 진원지’를 외부로 돌렸다가 뒤늦게 내부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민들은 정부가 초기 늑장대처에 이어 수사에서도 우왕좌왕하자 극도의 불신감 속에 외출을 꺼려 단풍 관광으로 북적대야 할 워싱턴의 주말 거리는 ‘적막강산’을 연상케 했다.

▽탄저 테러 3부(府)로 확산〓26일 탄저 테러는 입법 행정부에 이어 대법원까지 확산됐다. 캐시 아버그 미 대법원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대법정에서 수마일 떨어진 우편물 취급시설의 공기정화장치에서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美 "탈레반 괴멸후 빈 라덴 체포"
- 러 특수부대-전차40대 투입 유력
- 美항공기 납치범 다수 부유한 사우디가문 출신

아버그 대변인은 “탄저병 감염증세를 보이는 직원은 없으나 예방차원에서 감염여부를 조사중”이라며 “방역작업이 주말 내로 끝나지 않을 경우 29일 대법관들이 워싱턴 지법으로 자리를 옮겨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 당국은 이에 앞서 “NBC방송의 앵커 톰 브로코에게 배달된 탄저균 편지를 취급한 직원 1명이 추가로 피부 탄저병에 걸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내 탄저균 감염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어났다.

미 보건당국은 27일 워싱턴 지역의 공공기관과 대형건물 우편 집배실 4000여곳에 대해 일제히 탄저균 검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수사〓미 수사당국은 아직까지 테러균의 제조처가 어디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 등을 겨냥해 외부 제조설을 은근히 흘려왔던 미 당국은 탄저균이 미국 내에서 제조됐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탄저균이 정교한 조작을 거쳤다는 점에 비춰볼 때 미생물학 권위자가 만들었거나 실험실에서 제조됐을 수도 있다”며 “탄저균 제조처를 외국에 한정시킬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심리적 공황’과 주말 도심〓정부의 탄저 테러 대처능력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가을단풍의 절정기에 접어든 워싱턴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도시’처럼 적막했다. 호텔과 관광지 기념관 박물관 공연장 등은 사람이 없어 썰렁하기만 했다.

여론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탄저균에 감염된 우편물을 취급하는 위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탄저에 대한 ‘또 다른 전쟁’을 선언한 미 정부가 주도면밀하게 대 탄저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 사람은 48%에 불과했다.

<하종대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orionha@donga.com

▼美 집배원 노조 반발▼

뉴욕시 집배원들이 우체국 폐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키로 하는 등 미국 우체국 직원들이 탄저병 확산 사태와 관련,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에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뉴욕 우정공사 노조는 27일 “위험이 없어질 때까지 관련시설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사 권고에 따라 공사측을 상대로 뉴욕시 모건 중앙집배소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소개시킬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조만간 내겠다”고 말했다.

모건 중앙집배소는 뉴욕시의 모든 우편물이 거쳐가는 곳으로 NBC방송과 뉴욕포스트에 배달된 탄저균 편지가 처리된 곳.

윌리엄 스미스 노조 위원장은 “탄저균이 오염된 워싱턴 브렌트우드와 뉴저지 트렌튼 우체국에서는 시설을 깨끗이 검역했다”며 “모건 중앙집배소 직원들은 뉴욕 우정공사의 대응 태도에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우정공사 직원들은 26일 5500명 중 1000명가량이 병가를 내는 등 공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23일 4000명의 직원이 소속된 플로리다주 우정공사 노조는 정부의 즉각적인 탄저균 검사 실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지역뿐만 아니라 상당수 미국 집배원들은 “우편물에 맨 먼저 접촉하는 우리가 검진은 맨 나중에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