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군이 전하는 아프간 전투…"동장군이 더 큰 적"

  • 입력 2001년 10월 27일 00시 33분


“겨울철이 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이 장기전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 확실한 가운데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들은 혹한기 전투의 위험성을 강력 경고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지가 26일 구소련 퇴역 군인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아프가니스탄 겨울전투의 실상을 자세히 소개했다.

198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 게릴라 지도자들을 체포 사살하는 특수부대의 사령관이었던 세르게이 곤차로프 모스크바시 의원은 “내달부터 4개월 동안 이어질 아프가니스탄의 겨울은 탈레반 전사만큼이나 가공할 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에 겨울이 오면 기온은 영하 40도까지 급강하하며 2m까지 쌓이는 폭설로 산악도로가 완전 두절된다는 것. 이는 아프가니스탄의 80%가 산악지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도로 대부분이 끊긴다는 의미.

특히 강풍에 짙은 안개까지 끼어 헬리콥터도 뜰 수 없다. 군인들은 눈을 파고 구덩이나 암벽에 지은 막사에 갇혀 지내야 한다.

곤차로프 의원은 “산악작전은 매우 힘들었으며 걷는 것은 고사하고 몸을 숨기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89년 크렘린 수석 군사고문을 지낸 마크무트 가례예프는 “향후 몇 개월 동안 미군에게 좋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구소련군이 겨울 내내 한 일은 보급로 확보와 훈련, 기지 방어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수부대 사령관으로 참전했던 알렉산데르 피쿠노프는 “숲이 없어 몸을 녹일 불조차 피울 수 없는 현실을 상상해 보라. 단지 바위나 암석 주변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저리쳤다.

반면 탈레반 전사들은 산악로를 잘 알고 있고 산소가 희박한 공기와 추위에도 익숙해 미군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피쿠노프씨는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은 양말도 신지 않은 고무장화에 얇은 옷을 입고도 전쟁을 잘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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