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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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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달 CIA에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살해를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최근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모든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해 빈 라덴 암살작전이 추진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영국 BBC방송은 부시 대통령의 지시를 CIA의 해외 암살공작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서 CIA의 ‘피묻은 전력(前歷)’을 상세히 소개했다.
CIA의 암살공작이 가장 광범위하게 벌어진 곳은 공산화 이전 베트남에서였다. CIA는 공산주의 첩자를 뿌리뽑는다는 명분으로 ‘불사조 작전(Operation Phoenix)’이란 이름의 공작을 펴 2만명이 넘는 베트남인을 살해하는데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1970년 칠레에서 일어난 거물급 장성 레네 슈나이더 납치 살해사건에도 CIA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IA는 슈나이더에게 사회주의 계열인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를 종용했으나 슈나이더는 이를 거부했었다. 아옌데 대통령은 결국 CIA가 지원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다.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암살하기 위한 ‘몽구스 작전’은 집요하기로 유명했다. 1963년에는 시가를 즐기는 카스트로의 습성에 착안, 시가형 폭탄으로 그를 살해하려고 기도했다. 젊은 시절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던 카스트로에게 치명적인 병균에 감염된 잠수복을 선물하려던 공작도 시도됐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아직도 건재하며 그 사이에 10명의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