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난민 파국경 15만명 몰려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48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의 몸부림도 더욱 처절해지고 있다. 22일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백명이 파키스탄 국경수비대의 저지를 뚫고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군과 영국군 등은 이슬람권의 여론 악화를 우려해 11월 중순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시작 전까지 탈레반 전복과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위해 군사 작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난민 폭증〓미군의 잇단 공습으로 카불과 칸다하르 등 주요 도시가 사실상 폐허로 변하자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피란민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파키스탄측은 최근 난민이 폭증하자 21일 검문소를 완전 봉쇄했다.

파키스탄 남부 차만 검문소에는 19일까지 매일 2000여명이 국경을 넘었으나 20일 4000명, 21일과 22일 각각 5000명이 몰려들었다.

특히 이 검문소에는 22일 1000여명의 난민들이 탈레반 병사들의 경고 사격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 국경수비대에 돌을 던지며 국경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중 750명이 국경을 가로지른 철조망을 무너뜨리고 파키스탄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소년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파키스탄 국경수비대 2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국경수비대의 한 병사는 “경고사격을 했으나 난민들이 막무가내로 돌을 던지며 철조망을 흔들었다”며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유엔은 22일 이들 난민이 이웃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치명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파키스탄에 국경 개방을 호소했다.

파키스탄은 현재 접경지역에 난민 15만명이 몰려 있으며 100만명이 추가 유입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란 등 인접국으로 향한 난민까지 합치면 모두 350만명에 이르며 앞으로 500만명(아프가니스탄 국민 26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유엔측은 내다봤다.

▽연합군의 속전속결 작전과 탈레반의 저항〓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2일 영국 지상군의 겨울전 아프가니스탄 투입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블레어 총리가 21일 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이날 아침 전시내각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오후 의회에 출석해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영국군 정규병력이 이번주 지상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1일 겨울로 접어들기 전에 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동맹국에 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29일자)는 미국이 빈 라덴의 은거지를 반경 30㎞ 범위 내까지 확인했다며 이 지역의 많은 동굴 가운데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낸다면 지상전 목표를 빨리 달성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탈레반측은 22일 장기 지상전에 대비해 전국에 병력과 무기 재배치 작업을 60% 이상 끝냈다고 밝히면서 칸다하르 인근 산악지대에 추락한 미군 헬기 2대의 잔해를 공개했다.

또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이날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 폭격기가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헤라트시의 한 병원을 폭격해 100여명이 숨졌다”며 미군을 맹비난했다.

한편 미군과의 성전(聖戰)을 자원한 각국 이슬람교도 3000명이 최근 파키스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입국했고 5000여명이 대기중이며, 1500여명이 최근 이란을 통해 북부동맹군과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으로 투입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권기태·박윤철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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