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서도 '백색가루' 소동

탄저균 테러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연일 탄저균 오인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우편물에 백색가루를 넣어 보내는 ‘장난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8일 오후 6시50분경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3층 배달서비스과 집배2실에 발신지가 ‘알 카에다 한국지사 비밀기지’라고 적힌 노란 봉투의 편지 1통이 발견돼 경찰이 긴급 출동했다.

우편물 안에는 ‘신의 축복이 내려지길 바랍니다’라는 문장이 적힌 편지 1장과 5g 가량의 백색가루가 들어 있었다. 경찰, 119소방대, 수방사 제독부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 20여명이 출동해 우편물을 수거한 뒤 국립보건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7일 오전 7시부터 18일 오전 7시까지 하루 동안 서울에서만 “정체불명의 백색가루가 발견됐다” “탄저균이 뿌려져 있다”는 112신고전화가 16건이나 접수됐다. 경찰은 군경합동조사반을 편성, 현장에서 문제의 백색가루를 수거해 조사했으나 모두 밀가루나 석고가루, 도료 등인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오후 8시50분경 서울 강남구 포이동에서는 한 시민이 “아들이 갖고 놀던 풍선이 터지면서 풍선 속에서 백색가루가 쏟아져 나왔는데 아무래도 ‘풍선 테러’가 의심된다”고 신고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장난감 가게 주인이 풍선에 넣어 판 석고가루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평상시에는 그냥 지나치던 밀가루나 세제까지 탄저균으로 의심하는 등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편지봉투나 비닐봉지에 밀가루를 넣어 주택가나 상가에 슬쩍 두고 가는 사람까지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16일 2건, 17일 2건 등 모두 4건의 백색가루 신고가 접수됐으나 분석 결과 모두 밀가루나 세제인 것으로 판명됐다. 대전과 충남에서도 17일 6건의 오인 신고가 접수됐다.

18일 오후 1시36분경 경남 창원시 사파동 토월약수터 뒤 야산 정상에서 백색가루가 든 검은 색 비닐봉투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등산객의 입산을 통제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군부대와 경남도 소방본부, 창원시 보건소 등은 현장에서 비닐봉투를 수거, 군부대 화학지원대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분말과자나 밀가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원은 이날까지 경찰 등의 의뢰를 받아 11건의 백색가루에 대해 성분분석을 마쳤으나 모두 탄저균과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18일 밝혔다.

보건원 관계자는 “현재 수거된 수십여건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그러나 발견 경위 등 정황에 비춰볼 때 탄저균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문명·정용관기자·부산·대전〓강정훈·이기진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