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美-英영사관 화학물질 배달 비상…전세계 공포확산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6분


미국 플로리다에서 13일 탄저균 양성반응자 5명이 발견된 데 이어 14일 뉴욕에서 3명이 탄저균에 노출된 것으로 추가 확인되면서 생화학 테러에 대한 공포 심리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14일 “NBC 방송국에 배달된 탄저균 우편물을 수거한 경찰관 1명과 이를 조사하던 연구원 1명이 코 부위에서, 또 다른 연구원 1명은 얼굴에서 탄저균 포자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도 이틀 전 뉴욕타임스 기자가 받은 것과 비슷한 흰색 분말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받고 탄저균 노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미네소타의 박물관과 콜로라도의 우체국도 탄저균 노출 위험으로 잠정 폐쇄됐다고 CNN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폭스 뉴스 선데이와의 회견에서 “현재까지 탄저균 노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 1000여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네바다주 리노 마이크로소프트 건물에 배달된 탄저균 포자가 든 우편물과 접촉한 4명은 탄저균 음성반응을 보였으며 나머지 2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유럽 중동 남미 등지에서 탄저균 노출 신고가 잇따르면서 호주에서는 외국 영사관과 대학 및 정부 건물 등에서 15일 우편물 속에서 정체불명의 화학물질이 발견돼 보건당국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멜버른의 미 영사관과 브리즈번의 영국 영사관에 배달된 편지에서 탄저균 포자로 의심이 가는 화학물질이 발견돼 건물 전체에 소개령이 내렸다. 퀸즐랜드주의 주총리 사무실과 그리피스 대학 등에서도 유사한 편지가 배달돼 이를 취급한 직원들이 정밀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14일 총선이 치러진 아르헨티나에서는 투표함 속에서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과 흰색 분말이 들어 있는 수백 통의 봉투가 발견됐으며 이를 개봉한 개표원 2명이 호흡과 시력 장애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영국 캔터베리 대성당에서는 아랍계로 보이는 사람이 예배당에 흰색 가루를 뿌린 뒤 달아나 수백명이 대피했으며 오스트리아의 빈 국제공항 출굴장에서도 미확인 흰색 가루가 발견돼 현장을 폐쇄조치했다.

한편 탄저균 살포의 피해를 본 NBC 방송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탄저균 피해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14일 CBS방송 ‘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미국 자유주의의 상징인 언론사에 보내진 편지들에서 탄저균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대 언론학과의 마크 크리스틴 밀러 교수는 “탄저균 우편물이 일반 기업이 아닌 언론사에 주로 배달된 덕분에 ‘탄저균 공포’가 집중적인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언론이 국민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공포로 몰고 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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