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팔레스타인 국가창설 지지” 재확인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3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2일 이스라엘의 생존권이 존중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지지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라파트 수반을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2일에도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은 그동안 미국이 그리는 중동의 미래상 가운데 하나”라고 말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었다. 아랍권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이 같은 발언이 테러리스트의 승리로 인식될지도 모른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동문제에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던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팔레스타인 끌어안기’에 나선 것은 현재 진행중인 대(對)테러 전쟁에서 이슬람권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 부시 대통령이 지지를 표명한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 양측은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수도를 동예루살렘으로 정하는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이를 지지한다고 밝힘으로써 협상에서 팔레스타인측이 한층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팔레스타인의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랍권의 눈치를 살피며 중동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정세를 활용해 이스라엘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강경세력은 아라파트 수반의 휴전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8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에 팔레스타인 자치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은 내부분열과 맥이 맞닿아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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