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7 대공습]탈레반 정권 얼마나 버틸까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14분


탈레반 병사들이 소형 트럭에 로켓포를싣고 북쪽 전선을 향하고 있다
탈레반 병사들이 소형 트럭에 로켓포를
싣고 북쪽 전선을 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그 동맹국인 영국군을 맞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영국의 제인스 군사연감이 평가한 탈레반의 현 무장병력은 약 4만5000여명이 전부.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를 감안할 때 적어도 50만명에서 100만명 정도를 추가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이미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30만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렸다.

이들 병력은 옛 소련제 칼리슈니코프 소총과 중기관포, 로켓발사기, 무반동총, 유탄발사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80년대 구소련군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할 당시 미국이 지원한 대공무기인 스팅어 미사일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팅어 미사일은 미 공군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탈레반은 현재 650여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250대는 북부동맹과의 전투에서 노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백문의 야포와 중박격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럭에 탑재한 다연장 로켓과 수백문의 야포로 무장한 포병은 비교적 우수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탈레반의 공군은 수호이 22기 전투기와 미그 전투기 5대 등 모두 76대의 공군기를 보유하고 있다. Mi-8/17 ‘힙’ 수송용 헬리콥터 6대와 Mi-35 ‘힌드’ 공격용 헬리콥터 5대도 즉각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군용기는 대부분 수송기와 훈련기로 구성됐으며 1998년과 99년 여름 반군과의 전투를 벌일 당시 파키스탄 공군이 지원한 것이어서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규모의 군사력으로는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과 영국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구 소련군 출신 인사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힘은 겉으로 드러난 군사력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은 막강한 구 소련군을 상대로 10년간 끈질긴 투쟁을 벌인 끝에 최후승리를 쟁취한 전력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또 ‘침략군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형이 험준하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요새와 마찬가지여서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 병력이 아무리 우수한 전투력을 자랑하더라도 생소한 지형과 기후 앞에 큰 곤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

이슬람 율법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강한 정신력도 탈레반이 가진 강점 가운데 하나다. 아프가니스탄은 역사이래 지금까지 수 많은 이민족의 공격을 받아왔지만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강한 민족이다. 현재 주민들은 오랜 전쟁과 내전으로 지칠대로 지쳐 있지만 이들이 똘똘 뭉쳐 목숨을 건 결사 항전에 나선다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밖에 아랍권 등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무장세력들이 ‘지하드(聖戰)’에 자원하고 나서는가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일부 무장병력을 파견해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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