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제인스 군사연감이 평가한 탈레반의 현 무장병력은 약 4만5000여명이 전부.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를 감안할 때 적어도 50만명에서 100만명 정도를 추가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탈레반 정권은 이미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30만명에 대해 동원령을 내렸다.
이들 병력은 옛 소련제 칼리슈니코프 소총과 중기관포, 로켓발사기, 무반동총, 유탄발사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80년대 구소련군을 상대로 전쟁을 수행할 당시 미국이 지원한 대공무기인 스팅어 미사일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팅어 미사일은 미 공군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탈레반은 현재 650여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250대는 북부동맹과의 전투에서 노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백문의 야포와 중박격포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럭에 탑재한 다연장 로켓과 수백문의 야포로 무장한 포병은 비교적 우수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탈레반의 공군은 수호이 22기 전투기와 미그 전투기 5대 등 모두 76대의 공군기를 보유하고 있다. Mi-8/17 ‘힙’ 수송용 헬리콥터 6대와 Mi-35 ‘힌드’ 공격용 헬리콥터 5대도 즉각 전투에 동원할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군용기는 대부분 수송기와 훈련기로 구성됐으며 1998년과 99년 여름 반군과의 전투를 벌일 당시 파키스탄 공군이 지원한 것이어서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규모의 군사력으로는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과 영국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구 소련군 출신 인사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힘은 겉으로 드러난 군사력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은 막강한 구 소련군을 상대로 10년간 끈질긴 투쟁을 벌인 끝에 최후승리를 쟁취한 전력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또 ‘침략군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형이 험준하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요새와 마찬가지여서 미국과 영국의 특수부대 병력이 아무리 우수한 전투력을 자랑하더라도 생소한 지형과 기후 앞에 큰 곤란을 겪을 우려가 높다.
이슬람 율법으로 무장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강한 정신력도 탈레반이 가진 강점 가운데 하나다. 아프가니스탄은 역사이래 지금까지 수 많은 이민족의 공격을 받아왔지만 한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는 강한 민족이다. 현재 주민들은 오랜 전쟁과 내전으로 지칠대로 지쳐 있지만 이들이 똘똘 뭉쳐 목숨을 건 결사 항전에 나선다면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
이밖에 아랍권 등 같은 이슬람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무장세력들이 ‘지하드(聖戰)’에 자원하고 나서는가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일부 무장병력을 파견해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