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건방진 권력자"…이란 하타미대통령 비난

  • 입력 2001년 9월 27일 01시 46분


“부시는 건방진 사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26일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해 달라고 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며 그를 강력하게 비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권력자가 건방지게 되다 보면 자신이 선과 악을 완전히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우리 편에 서지 않으면 테러리스트 편’이라며 각국에 강압적으로 미국의 행동을 지원하도록 요구한 데 대해 “이는 가장 잘못된 이분법이며 그가 실수로 이런 말을 한 것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또 “반테러 국제연대는 미국이 아니라 유엔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란의 국익에 항상 타격을 가해온 미국이 어떻게 우리의 이웃 국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다며 도움을 청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종교지도자도 이날 전몰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겠다는 미 정부의 결정은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미국 주도의 공격은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 역시 “유엔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테러행위를 공개 비난하고 나서 1979년 이래 끊어진 미국과의 외교관계가 호전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미국 관련 정책에서 비교적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하타미 대통령이 이처럼 강하게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을 비판하고 나서 양국 사이의 상처가 아물려면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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