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접경지역 표정]파키스탄 국경 무력대치 긴장 팽팽

입력 2001-09-17 18:35수정 2009-09-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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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은 무장한 군인과 경찰관의 모습으로 긴박감이 가득했다. 막 입국하거나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분주함까지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임박한 때문일까. 커다란 짐꾸러미와 함께 가족의 손을 잡고 출국을 기다리는 외국인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카메라와 각종 보도장비 등을 든 서방 보도진들은 바쁜 걸음으로 공항청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장을 풀 호텔을 향해 가는 도중 눈에 들어온 시가지는 생각보다 평온하게 보였다. 도로변을 점거한 노점상, 검은 매연을 내뿜는 고물 트럭들, 거리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파키스탄인들의 모습은 5월 말 이슬람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내 곳곳에 ‘아프가니스탄을 돕자’는 현수막과 간판이 내걸려 있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보니 분위기는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안내인은 “어제(16일) 인근 라발핀디시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오사마 빈 라덴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내일부터는 이슬라마바드에서도 탈레반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반미-반정부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 분위기로 볼 때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편에 서 지원하고 있는 것은 국민 대다수의 뜻과는 다른 것으로 보였다. 더뉴스지는 “정부는 17일부터 파키스탄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모든 상품의 통관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무역업자들이 수입하는 식품과 소비재 등 모든 물품의 통관은 물론 바다와 육로를 통한 운송까지 금지함으로써 경제봉쇄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조치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취해진 것임은 물론이다.

호텔에서 안내인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5시간 가까이 달려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국경 최대 도시 페샤와르에 도착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3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라며 교통량이 급증했다고 했다. 이곳 상황은 이슬라마바드와 크게 달랐다. 넉달 전에 비해서 무장경찰과 군인의 숫자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페샤와르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토르크햄 국경검문소로 가는 길은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도중에 만난 한 군인은 “탈레반 정부가 검문소가 있는 토르크햄 등 국경 주요 지역에 사거리 2㎞가 넘는 대공포를 우리 쪽 접경으로 전진 배치시켰다”고 말해줬다. 탈레반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출신 민병대를 파키스탄과의 접경지역에 대거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파키스탄 국방부도 오늘 “전군에 경계령을 발동했다”고 발표했으며 토르크햄에 주둔중인 특수부대를 대거 증강 중이다.

미국의 공격을 앞두고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된 것은 난민문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지방에 친지를 둔 주민들이 대거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란을 떠나지 않은 시민들도 단파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BBC라디오 등을 들으며 외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 유엔측은 미군의 공격이 예상되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지역 주민의 절반에 이르는 10만명이 이미 도시를 떠났다고 17일 밝혔다.

지난주에만 아프간 난민 2만명이 넘어간 이란은 15일부터 국경을 폐쇄했다. 난민촌이 포화상태인 파키스탄 정부도 사실상 아프간 난민의 입국을 봉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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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페샤와르〓홍권희기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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