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납치용의자 아파트서 유서 확보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32분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 수사당국이 사상 최대의 인원을 투입하면서 배후수사에 나섬에 따라 연쇄테러 사건 용의자들의 윤곽이 빠르게 밝혀지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13일 “테러공격을 수행했거나 후원한 최대 50명의 신원이 수사당국에 의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LA타임스도 이날 “10명 이상을 수배중”이라며 “수사요원들이 뉴욕의 자동차와 아파트에서 비행기 납치범들이 부모들에게 남긴 유서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에 참여한 한 연방요원은 “수사당국이 전체 용의자 가운데 27명이 다양한 비행훈련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체포되더라도 조직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서로 모르는 각기 다른 테러조직에서 테러범을 차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여객기와 충돌 건물 선정, 공격시간 조율 등 전반적인 계획을 책임진 지휘관은 1명으로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존 애시 크로프트 법무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항공기 납치범들은 3∼6명씩 한 조를 구성해 4대의 여객기를 탈취했다”고 밝혔다. 로버트 멀러 FBI 국장은 이날 “비행기 탑승자 명단, 렌터카 영수증, 전화 기록, 공항 주차장 감시 카메라 등이 주요 수사 단서”라면서 “보스턴 플로리다 등지에서 최소한 4명의 신병을 확보해 구금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수사에는 법무부 FBI CIA 등에서 4000명의 정규요원과 3000명의 보조인력이 투입됐으며 보스턴 플로리다 뉴저지 등 3곳을 중심으로 납치범 및 동료들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보스턴〓이번 수사의 가장 중요한 단서는 보스턴 로건 공항에 주차된 렌터카.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보스턴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납치범들이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다. 내부에서 뉴욕행 비행기에 탄 한 탑승객 이름이 적힌 서류와 아랍어로 된 비행교본이 발견됐다.

렌터카 영수증을 추적한 경찰은 자동소총과 시위진압용 방패로 무장하고 보스턴 시내 코플리 플라자의 36층짜리 웨스틴 호텔을 급습해 투숙객들은 소개한 뒤 아랍계 용의자 3명의신병을 확보했다.

이들 용의자는 캐나다 국경을 몰래 넘어 메인주 포틀랜드를 거쳐 보스턴에 도착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들 용의자를 우선 이민법 위반으로 붙잡아 신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공영방송은 12일 구금된 이들 3명 중 2명은 바엘 모하마드 알쉬흐리, 아흐마드 이브라힘 알리 알하주니로 사우디아라비아 여권을 소지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납치범들이 무기를 손쉽게 기내로 반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 수하물 직원들과 공모한 택시운전사들이 도와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지인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 택시회사’로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보스턴은 특히 빈 라덴의 미국 접촉선이 많이 살고 있어 주목되는 곳이다. 빈 라덴의 형제 중 한명은 하버드대에 장학기금을 설립했으며 다른 친척은 보스턴 외곽 찰스타운에서 6개의 호화 콘도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플로리다주〓테러 용의자 3명이 최근 수개월간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장소에 대해 FBI요원들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FBI는 이들 중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아드난 부카리와 아미르 부카리 형제가 비행훈련을 받은 플로리다의 항공학교의 전 직원을 신문한 뒤 학교의 컴퓨터와 파일들을 압류했다. 경찰은 이들 형제가 살고 있는 베로비치의 집을 수색해 뉴욕 비행기 일정 등이 적힌 자료들을 찾아냈다.

테러용의자 모하마드 아타(33)도 오랫동안 테러 조직에 연루의혹을 받았던 인물. 경찰은 아타가 7일 마이애미 근교의 슈쿠머스 식당에서 비행기 테러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는 웨이터의 증언을 입수해 코랄 스프링스에 있는 그의 집을 수색했다.

▽뉴저지주〓경찰은 국방부(펜타곤)에 충돌한 뉴어크발 비행기에 탑승한 납치범들을 배후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 5명의 공범들이 유니언시티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들의 신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또 허드슨강 근처에 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자세히 관찰하며 폭발이 일어나자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인 남자들이 있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이들을 추적중이다.

▽독일〓독일 경찰은 13일 함부르크에서 미국 테러사건의 남자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으나 인적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 주정부 내무장관은 12일 FBI의 제보에 따라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아타와 그의 사촌동생 마르완 알셰히(23)가 함께 살았던 아파트 등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여객기 탑승자 명단에 들어 있으며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술을 배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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