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참사]헌혈시민 장사진…8시간 기다려 채혈

입력 2001-09-12 18:25수정 2009-09-19 08:0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테러와 비극도 봉사와 사랑의 마음까지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11일 오전 테러 비행기에 들이 받힌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붕괴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자 힘이 닿는 대로 남을 도우려는 ‘작은 영웅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회사원 조수아 글랜츠는 “TV로 사고장면을 보다가 헌혈하기 위해 사무실 동료 6명과 함께 뉴욕대 메디컬센터로 향했는데 길에 있던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면서 “병원에 가보니 줄이 너무 길어 8시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의료 및 간호업무 경험자와 군인출신들로 구성된 임시지원단을 편성해 채혈하도록 했다. 뉴욕에서 강 건너편에 있는 뉴저지 하켄색 메디컬센터에선 수백명의 헌혈 희망자가 건물을 싸고돌아 긴 행렬을 만들었다. 병원측은 인근 교회에 별도의 헌혈창구를 급히 마련해야 했다.

인근의 가게 주인들은 문을 활짝 열고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플래시나 물 음식 등을 나눠주었다. 두안 리드 약국은 물과 스낵 응급처치약 등을, 필드 쿠키점은 음식을 내놓았다.

센터 건물 파편 더미 속에서 구출된 생존자를 대피시키는 역할을 맡았던 한 경찰관은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그는 “몇 명을 대피시킨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주변에서 만류했다”면서 “몇 초 뒤 건물이 무너졌는데 건물더미에 깔린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구조활동 중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소방대원 약 200명과 경찰 78명이 실종됐다. 붕괴된 건물 주변에서 투입명령을 기다리던 한 소방대원은 동료를 포함해 희생자 시신을 찾는 일은 ‘참 슬픈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비행기들이 공항에 묶여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인터넷에는 갈곳 없는 여행자를 하루 재워주겠다는 네티즌의 제의가 떠올랐다. 그레그 스미스는 ‘솔트레이크 공항에서 30분 거리. 공항으로 모시러 감’이라고 프린스턴대학 동창 e메일에 띄웠다.

보이지 않는 영웅은 센터 건물에서 대피하던 사람들.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아 수십층 계단을 걸어내려온 이들은 “패닉(공황)은 피하자”고 서로 격려한 끝에 압사사고 등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날 소동을 ‘통제된 대혼란’이라고 불렀다.

<홍권희기자>koniho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