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시다발 테러]미국발 쇼크 세계증시 대폭락

  • 입력 2001년 9월 12일 02시 19분


◇달러화 급락…금값 유가 폭등세

◇미 모든 증권거래 일시중단 발표

◇'전쟁상태' 확산땐 군수물자 수요 늘듯

11일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항공기 충돌 사건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급락했다. 금값과 유가는 사건 보도 직후 곧바로 폭등세를 보였다.

또한 뉴욕증시 나스닥시장 아멕스(AMEX) 등 미국의 모든 주식시장은 이날 열리지 않았고 유럽 각국의 증시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달러는 유럽의 모든 외환시장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1.53엔에서 오후 11시50분 현재 119.07엔까지 떨어졌다.

유가는 사건 보도직후 런던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0.50달러가 오른 뒤 다시 2달러 가량 상승해 30달러에 육박,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런던시장에서 온스당 전날보다 15달러 이상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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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발 초대형 악재는 미주 지역과 유럽 각국 증시를 강타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고 직후 모든 증권거래를 일시 중단키로 했다고 긴급 발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도 모든 거래를 오전 10시15분에 중단시켰다. 캐나다 토론토 주식거래소는 개장 1시간 만에 2.73%나 하락했으며 영국 런던의 FTSE100지수는 개장 초반 무려 5.30% 떨어졌다. 이 밖에 프랑스 파리의 CAC40지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도 5%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런던거래소도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켰으며 다른 건물에서 거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 및 주변 번화가의 인력들도 모두 대피했으며 전화도 불통상태. 월가는 이번 동시다발 테러로 인해 거의 공황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귀가시켰으며 대중교통수단도 테러 우려 때문에 운행을 중단했다.

유럽 증시가 폭락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기간 타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 불확실한 상황에서 금융거래가 원활할 수 없다. 실물만이 대접받는다. 당장 금값과 유가가 오르고 달러가치와 주가가 떨어진 것도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국 시장이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이 온전할 리 없다. 우리 증시는 미국과의 동조화가 뚜렷한 특성이 있다.

실물상품 중에는 유가가 가장 많이 오를 전망. 석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생각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셈이다. 우리 경제의 경우 물가에 대한 유가의 영향이 매우 커 유가가 오르면 전체 물가에도 큰 부담이 생긴다.

만약 테러 당사자가 밝혀지고 사태가 사실상의 ‘전쟁상태’로 확산될 경우 엄청난 군수물자 수요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국 내의 총수요는 늘어날 수도 있다.

전시에는 경기가 좋아지기 마련. 10년 호황 후 최근 한풀 꺾이고 있는 미국의 경기가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대미 수출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테러 당사자가 국가가 아니라 특정집단이라면 확전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전쟁으로 인한 경기효과’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허승호·금동근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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