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시다발 테러]美, 빈 라덴 유력한 배후인물 추정

  • 입력 2001년 9월 12일 02시 15분


12일 오전 지구촌을 경악 속으로 몰아넣은 미국 주요 도시에 대한 전대미문의 테러 공격을 자행한 인물이나 단체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건 직후 중동 지역의 무장단체들이 일제히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나서 현재로선 배후가 누구인지를 추정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 국방부와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의 엄청난 규모와 치밀함에 비추어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국제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48)을 제일 유력한 배후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그를 제외하면 이처럼 연속적인 대형 테러를 감행할 수 있는 인물이나 단체가 현재 지구상에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

미 국무부는 6월 빈 라덴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의 움직임을 모니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최근에도 세계 각국의 미 대사관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건을 비롯해 98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테러, 작년 10월 예멘에서 발생한 미 구축함 콜호 폭탄 테러 등 수많은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돼 왔다.

런던의 항공전문가 크리스 예이츠는 11일 “이번 공격을 주도한 테러 단체는 최상급이다. 극소수의 테러 단체들만이 이 같은 공격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며 “빈 라덴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 빈 라덴측은 자신들의 범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온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테러와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해 큰 반감을 갖게 된 팔레스타인의 무장테러 단체도 의심받고 있다. 자살폭탄 테러로 유명한 무장투쟁 단체 지하드나 하마스도 공격의 배후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도 일단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다만 지하드의 한 고위 관계자가 “미국에서 발발한 동시 테러사건은 미국의 최근 중동 정책이 빚은 결과”라고 말해 어떤 형태로든 아랍계 무장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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