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前총리 노조와해 기도”…M15 첫 여성국장 회고록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영국 국내정보국(MI5)의 첫 여성국장을 지낸 스텔라 리밍턴(65)의 회고록 ‘공개된 비밀’이 13일 발간된다.

7월 발간 여부를 놓고 정부와 마찰까지 빚은 끝에 결국 빛을 보게 된 그의 회고록엔 1980년대 보수당 정권의 각종 비화 등 공개되지 않은 굵직한 얘깃거리들이 많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리밍턴 전 국장은 첩보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M’이란 암호명으로 등장하는 인물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그는 92∼96년 MI5를 이끌었다.

그는 8일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의 노조파괴 공작을 털어놓으며 “영국 첩보원들은 냉전시절 좌익 단체들을 대상으로 지나친 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대처 전 총리는 80년대 국가를 뒤흔들었던 전국광산노조 파업 당시 “국가 안보와 경제 회복 차원에서 MI5 요원을 노조에 침투시켜 지도자들을 사찰하고 노조 와해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당시 MI5의 정보수집 대상에 포함됐던 노조운동가, 시민단체 지도자, 정치인 가운데는 현재 노동당 내각의 각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회고록은 발간에 앞서 일부 내용이 발췌돼 가디언지에 시리즈로 소개된다.

10일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그는 67년 인도 주재 영국 대사관의 MI5 지부장으로부터 주급 5파운드(약 9500원)짜리 비정규직 비서 업무를 제의받고 정보기관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다.

69년 6월 보조직원으로 MI5 본부에 다시 취직한 그는 73년 정규직원으로 발탁됐으며 84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방첩부장에 올랐다. 하지만 일 때문에 아이들만 데리고 집을 나와 남편과 별거해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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