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철폐회의 난항… 선언문 싸고 참가국 대립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42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의 선언문에 포함시킬 중동 관련 문구 등을 둘러싼 참가국 사이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7일 폐막 예정인 회의가 8일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유럽연합(EU)과 아랍연맹 등

각국 대표단은 회의의 파국을 막기 위해 선언문 초안 수정 마감시한인 5일을 하루 넘겨 6일 오전까지 선언문 수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의가 난항을 거듭하자 주최국인 남아공은 외국의 점령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곤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인종차별 국가로 비난하는 문구는 삭제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수정안에 대해 EU측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아랍국가 대표들은 거부했다. EU 의장국인 벨기에의 코엔 베르배케 외무부 대변인은 “이 수정안에 전적으로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EU는 수정안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랍국가 대표들은 이날 자체 회의를 갖고 이 수정안을 거부하고 소규모 특별팀을 구성해 새로운 타협안 도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의 살만 엘 헤르피 대사는 “유럽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새로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범죄를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이 수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엘 헤르피 대사는 새로운 타협안이 없을 경우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인종차별 관행을 비난하는 원래의 초안을 전체회의에 상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등 대부분의 EU회원국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을 인종차별주의와 동일시하는 태도가 고수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회의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동문제와 함께 서방의 식민주의, 노예제도 문제와 관련한 협상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과거의 노예무역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서방국가들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는 당대의 노예제도만 범죄로 규정해 유감을 표명할 것을 주장하며 과거의 노예제도에 대해 보상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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