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JSA를 北장교에 보여줬더니…“있을 수 없는 일”

  • 입력 2001년 8월 28일 19시 49분


한국에서 인기를 끈 영화 ‘공동경비구역(JSA)’을 북한 병사가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일본의 민방 ‘TV아사히’는 최근 이 영화를 북한군 장교들에게 보여준 뒤 그 반응을 취재해 27일 밤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 스테이션’의 톱뉴스로 보도했다.

TV아사히 취재팀은 판문각에 있는 북한 병사의 휴게실에서 북한 장교들에게 이 영화의 일부를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5분간 보여줬다. 앵커는 “보여주는 쪽이나 보는 쪽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고 해서 시간 등 제약이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장교들은 판문점을 견학하던 한 외국여성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북측 경비구역에 떨어지자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가 이를 주워 돌려주는 장면을 봤다.

한 북한군 장교는 “누가 언제 찍은 것이냐”고 물었고 취재팀이 “영화”라고 알려주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다른 장교가 취재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는 “물론 (한국군과는) 같은 민족이다. 말이 통한다”고 한 뒤 “그러나 그들이 우리하고 한마디만 하면 미군이 감시하고 있다가 북조선물이 들었다고 그 날로 다른 곳으로 쫓아보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미군이 무서워서 같은 민족인 우리하고 말 한마디도 못한다”면서 “정말로 통일을 원한다면 이따위 영화를 만들 것이 아니라 먼저 미군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TV아사히 취재팀은 평양의 국제영화극장에서 ‘북한판 JSA’의 필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86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목은 ‘전초선(前哨線)’. 이 영화 속에서도 ‘변치백’이라는 한국군 소위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 장교와 만나 “우리 국군에도 정직한 장교들이 있다. 알고 지내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북한측은 한국군 장교의 ‘우정’이 ‘모략’이었다는 것을 알고 전투를 벌여 제압한다는 내용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