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美-日정상회담 녹취록]부시에 '아부 발언'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39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 찬양 일변도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으며 그의 대(對)아시아 외교는 마비상태에 이르렀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당시 회담 기록을 인용,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패전 직후 일본 국민은 미국의 노예가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미국은 관대하게 식량을 제공해 주었으며 일본을 구(舊) 일본군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미국은 전쟁 때 점령한 섬을 그 후 모두 돌려줬다”고 치켜세운 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도 북방 영토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 당시와 관련해 “반대하는 시위대 앞에서 안보조약의 필요성을 당당히 설파하던 아버지(당시 중의원 외교위원장)를 보며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주일 미군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부시 대통령은 “지도자는 그런 바른 정책을 국민에게 이해시킬 책임이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미일 관계가 잘 되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잘 되게 돼 있다”고 발언한 점을 들어 고이즈미 총리의 대(對) 아시아 외교는 마비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이처럼 미국 일변도 정책을 펴면서 한국 중국과의 외교관계는 역사교과서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와 자주 비교되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는 아시아의 기반을 강화해야 미일관계도 강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그런 발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친미-아시아 경시’ 외교 행태에 대해 그가 원래 아시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데다 총리를 대신해 아시아 외교정책을 만들어야 할 외무성이 경비 유용 등 내부문제로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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