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北주재대사 보고서]구소련문서도 6·25 남침 뒷받침

  • 입력 2001년 6월 25일 18시 48분


'적기의 대대적인 공습과 함포사격, 점령지역에서 이승만 군(軍)과 미 간섭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수의 감소를 가져왔다. 폭격으로 인한 사망 182,000명, 남측으로 납치 실종 796,000명, 중국 등으로 소개 80,000명… 등.'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중앙통계국 자료)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3월 북한 주재 소련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1950∼53년 전쟁기간 조선 인민경제의 총 손실규모 라는 제목의 정보보고 중 한 대목이다. 이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인명피해는 한국이 추산했던 200만∼250만명의 절반 수준인 120만명으로 기록돼 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25일 6.25 전쟁사를 이처럼 소련과 북한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자료집 6.25 전쟁 보고서 전 4권을 펴냈다.

이 '보고서' 는 러시아 국방부 중앙문서보관소의 비밀문서 중에서 6.25 당시 북한 주재 소련 특명전권대사 겸 군사고문단장이었던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 라주바예프 장군(1900∼1980)이 당시 소련 정부에 보고한 문서들을 모아 발췌 번역한 것.

'보고서'는 특히 북한의 기습 남침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비록 북한군의 전쟁도발 계획을 반격계획 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방어단계가 없는 공격 위주의 계획으로 짜여있고 공격준비사격 등의 용어를 사용해 선제 기습공격 계획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보고서 는 또 북한군은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 이후 원산 등 동해안에 새로이 상륙할 것으로 오판해 원산항을 중심으로 기뢰 1100기를 부설했고 △서울을 점령한 뒤 3일간이나 지체한 것은 군 지휘부가 승리감에 도취된데다 전차부대가 서울 시가지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루마니아 폴란드 헝가리 등이 200∼1200명의 북한 전쟁고아를 받아들인 사실을 보고하면서 고아 입양문제를 협의하는 극비문서 △북한 포로수용소의 미군포로가 조속한 종전을 호소하며 유엔에 보낸 서신 △북한군의 개전초기 부대편성과 이동상황 등 사료적 가치가 있는 1차 자료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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