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대 양승윤교수가 전하는 印尼상황

  • 입력 2001년 5월 31일 19시 41분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과 정국 전망에 관해 전화인터뷰로 족자카르타 가자마다대 정치학과 초빙교수로 있는 한국외국어대 양승윤(梁承允·56) 교수에게 들어봤다. 양교수는 군부 향방이 정국의 최대변수라고 분석했다.

-와히드 대통령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이란 예상이 있는데….

“한동안 소란이 계속될 것은 틀림없다. 특히 와히드 대통령의 출신지역인 동부 자바에서는 유혈 사태 조짐도 있다. 그러나 와히드 지지자들은 폭도가 아니며 대부분 농부다. 또 수도 자카르타는 치안이 안정돼 있어 시위사태가 폭동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와히드 대통령이 강경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와히드 대통령은 겉보기와 달리 예리한 판단력을 가진 지략가다. 조용히 앉아서 탄핵을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모른다. 최근 의회가 탄핵절차를 통해 퇴진시키려는 계획을 들은 데다 측근들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고 하지만 정면 돌파 시도를 완전히 포기했다고는 볼 수 없다.”

-군부 움직임은….

“군의 정치 참여가 보장된 나라인지라 군부의 비중은 매우 크다. 탄핵 정국 초기에 군은 중립을 선언했으나 최근에는 ‘군은 특정 정치세력의 편이 아닌 국민의 편’ ‘의회 해산 반대’ 등 와히드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준 군부는 이번사태를 군 영향력 재확장 기회로 삼는 것 같다. 군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 호기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혼란 요인은 없나.

“정국 혼란을 틈타 아체와 이리안자야 등지의 독립 추진 세력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 최근에는 와히드가 몰락하면 근거지인 동부 자바 주민도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식인층의 정국 분석은….

“금융 스캔들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해도 혼란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가 화합 차원에서 소수당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와히드가 화합은커녕 갈등을 수습하지 못한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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