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이즈미 총리 "힘들땐 가미카제 생각한다"

  • 입력 2001년 5월 22일 18시 44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발언에서 ‘성역’이 사라지고 있다. 80%가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방패’로 삼고 있는 그의 거침없는 발언이 드디어 자살공격대인 가미카제(神風)특공대에 대한 찬미에까지 이르렀다.

고이즈미 총리는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민당 마나베 겐지(眞鍋賢二) 의원이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가족과 헤어져 전쟁터로 떠난 분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 총리로서 참배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총리가 되고 나서 힘들 때는 특공기에 몸을 실었던 젊은이들을 생각한다”며 “그들과 비교하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다시 일어선다”고 말했다. 그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특공대원의 마음이 되어 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고도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특공대 찬미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집필한 교과서의 시각과 거의 같다.

모임측은 신청본에서 “가미카제 특별공격대(특공)는 미군군함에 조직적으로 기체를 충돌시키는 공격을 가했다. …미군 병사는 이를 ‘자살공격’이라고 해서 패닉에 가까운 공포감을 느꼈으며, 나중에는 존경심마저 갖게 됐다”고 기술했다.

이중 ‘존경심 운운’ 부분은 삭제돼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모임측은 내용을 완화하는 대신 최종 수정본에 한 특공대원의 유서를 집어넣었다. 모임측은 “특공대 기술은 검정본보다 수정본이 더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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