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방문 이모저모]성지순례자등 수만명 "교황" 연호

  • 입력 2001년 5월 6일 18시 44분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왼쪽)가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왼쪽)가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오랜 세월 반목해온 이슬람교와 그리스 정교회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시리아를 방문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6일 오전(현지시간) 다마스쿠스의 아바신축구경기장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를 집전하면서 종교간의 뿌리깊은 반목을 해소하고 ‘화해와 일치’를 촉구했다.

▼미사 집전 "종교 화해" 촉구▼

이날 행사에는 교황의 역사적인 시리아 방문을 지켜보기 위해 시리아는 물론 인근 레바논 요르단 등지의 기독교 신도와 성지 순례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참석자들은 바티칸기와 시리아 국기를 흔들며 “우리는 교황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쳤으며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신도만도 수천명이 넘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81세의 고령인데다 파킨슨병을 앓아 기동이 불편한 교황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단상에 올라 바닥에 입을 맞추는 의식을 거행한 뒤 4시간에 걸쳐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어 오후에는 시리아 내의 그리스 정교회 지도자들을 만난 데 이어 세례자 요한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다마스쿠스 내 우마야드사원을 방문해 시리아 이슬람 지도자들의 안내를 받아 기도회를 집전했다.

가톨릭 교회 최고 지도자가 이슬람 모스크(사원)에서 미사를 올린 것은 처음이다.

▼합동예배 충돌우려 취소▼

교황은 당초 가톨릭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예배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슬람교도의 감정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취소했다.

즉위 이후 줄곧 종교간의 대화와 화해를 시도해 온 교황은 이번 방문을 통해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 이슬람교 등 3개 종교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앞서 교황은 4일 그리스 방문중 로마 가톨릭이 과거 그리스 정교회에 저지른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화합을 호소했다.

교황은 또 시리아 방문을 통해 유혈사태를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도 관심을 나타내는 등 중동 평화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5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한 직후 연설을 통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지도 하에 시리아가 중동지역 인민들간의 더 큰 조화와 협조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동 유엔결의 존중 강조▼

그는 또 중동지역에서 영토 점령의 종식과 유엔 결의의 존중을 거듭 강조해 사실상 이스라엘을 간접 비판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다.

아사드 대통령은 “기도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압제의 희생자인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인민들의 고통을 기억해달라”고 교황에게 호소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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