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가자" …최초 우주관광객 티토 대기권 벗어나며

  • 입력 2001년 4월 29일 18시 57분


코멘트
위부터 선장인 탈가트 무샤바예프,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 유리 바투린
위부터 선장인 탈가트 무샤바예프,
최초의 우주관광객 데니스 티토,
유리 바투린
“하라쇼.” “파예할리.”

28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TM32를 타고 우주로 날아 오른 미국인 우주 관광객 데니스 티토와 우주선 선장 탈가트 무사바예프는 대기권을 벗어나자마자 이같이 외쳤다. 러시아어 ‘하라쇼’는 ‘좋다 또는 훌륭하다’는 뜻이고 ‘파예할리’는 ‘가자 또는 출발’이라는 뜻. ‘파예할리’는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40년 전 외친 말로 유명하다.

▼44년 집념 끝 꿈 이뤄▼

발사 전날 미국에서 날아와 병균 감염 방지용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티토씨와 작별의 키스를 나눴던 여자 친구 돈 아브라함은 발사 광경을 보며 감격의 눈물을 터뜨렸다. 17세 때 처음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결심한 티토씨의 꿈이 44년 만에 비로소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관련기사▼

- "우주로 여행을"…미국인 60대 억만장자 첫 관광

이탈리아 이민 2세인 그는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러시아의 스푸트니크가 발사됐다는 소식을 듣고 우주비행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듬해 대학의 우주항공 공학과로 진학했으며 졸업 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들어갔다.

▼60세 나이로 8개월 훈련▼

그는 이 곳에서 화성과 금성을 탐사하는 마리너호 계획에 참여해 우주선 항로 계산 작업을 맡았다. 그러나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어 상관들에게 여러 차례 간청했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뜻을 이루지 못하자 NASA를 뛰쳐나와 사업을 시작했다. 돈을 벌어 자신의 힘으로 우주여행을 하겠다는 결심에서다.

그가 세운 회사는 월셔 어소시에이츠라는 투자회사. 사업이 잘 돼 지난해 시가총액 1조달러, 올해는 다소 줄어 50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티토씨의 재산은 2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어느 정도 돈을 벌자 그는 91년 구 소련의 우주항공국을 찾아가 거액을 줄 테니 우주정거장 미르호까지 왕복 비행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해 이를 약속받았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는 바람에 무산돼 지난해 다시 약속을 받았으나 미르호의 폐기 처분으로 없던 일이 돼 버렸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요청해 이번에 소유스 우주선을 타게 됐다.

그는 나이가 많은 데다 키 164㎝, 체중 63㎏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와 각고의 노력으로 지난 8개월간 러시아 우주비행사 훈련센터에서 중력의 8배까지 이겨내는 맹훈련을 받았다. 러시아는 그를 위해 영어를 잘 하는 우주비행사를 동승시키는 배려를 했다. 서방 언론들은 티토씨가 최초의 우주 관광객이 된 것은 2000만달러(약 260억원)라는 거액의 탑승료 때문이기도 하지만 ‘꿈’을 향한 그의 집요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소유스 우주인 바투린▼

‘3개의 대학 졸업장에다 법학박사 엔지니어 변호사 언론학자 군사전문가 고위관료 우주비행사….’

28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떠난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바투린(51)의 이력이다. 그는 우주비행사가 되기까지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모스크바물리공업대(MFTI)와 모스크바대 언론학부, 전(全)러시아법학대 등 3곳의 대학에서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우주항공회사인 에네르기야에서 근무했고 이후 법률가로 변신해 언론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며 1992년 언론법을 기초하기도 했다.

그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다시 군사안보정책 전문가로 변신해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과 국방정책을 결정하는 국방회의 서기를 지냈다.

수호이 전투기를 조종하기도 했던 그는 당시 폐기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던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직접 시찰하겠다며 우주행을 결심했다. 결국 98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지금은 폐기된 미르호를 10일간 다녀왔다. 그는 ‘사치스러운 행동’이라는 여론과 ‘위험하다’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문 우주비행사로 변신했다. 우주에서 돌아온 뒤 바투린씨가 다시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