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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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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요즘 언론의 질문공세를 피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 충돌사건이 장기화함에 따라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과정을 국민에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10일 요르단 국왕과의 백악관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하다 소나기 질문을 감당키 어려웠던지 결국 “생큐”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서둘러 퇴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중국에 미 승무원들의 즉각 송환을 요구하다 소용이 없자 외교적 자세를 낮춰 유감 표명까지 했음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바람에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
서양장기에서 더 이상 둘 수가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교착(stalemate)’이라는 표현을 그가 이날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미국측에 마땅한 해결책이 없음을 시사한다. 미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중국의 2008년 올림픽개최 반대 등의 강경책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
게다가 지지기반인 보수세력마저 대중국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있어 부시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장쩌민 "美 자극할라…" 타협점 찾기 고민▼
미군 정찰기 충돌사고가 해결이 늦어지면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우선 지나치게 강경 대응하다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대외관계가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과 풀어야 할 현안은 많다.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문제 등이 포함된 미―대만간 군수협상이 4월중 열린다. 또 7월에는 2008년 올림픽의 베이징(北京) 개최 여부가 확정된다. 막바지에 이른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협상도 미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인권위원회 회의에 중국 인권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상정되는 일도 중국으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다.
또 다른 고민은 중국인의 정서다. 중국 지도부는 99년 5월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피폭사건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군부 강경파와 국민의 큰 불만을 샀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전투기가 추락하고 조종사가 실종되는 등 군부가 직접 관련돼 있다. 중국 군부는 이번 사건을 군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너무 나약하게 대응하면 장주석의 영향력마저 흔들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더도 않고, 덜도 않는 ‘중용’의 해결책을 찾는 일이 장주석의 과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